이 고등학교의 모든 학생이 ‘투명 가방’을 매야 하는 이유

입력 2018-04-05 11:00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한다며 투명배낭을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지난 2월 무려 17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1주일간의 봄방학을 마치고 2일 등교하는 모습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교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투명배낭을 지급했다.


이 배낭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비닐로 만들어졌다. 학생들이 가방에 뭘 넣고 등교하는지를 볼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총기나 칼 등 흉기를 가방에 넣어 등교하는 학생을 색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내에서 모든 학생이 명찰을 착용해야 한다. 교내 경찰 배치가 늘어났다. 학생들은 학교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 또 학교는 교문에 금속 탐지기 설치를 고려하는 등 한층 강화된 교칙을 새 학기부터 적용한다. 만약의 사고가 벌어지면 범인 및 피해자 특정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찬반논란이 거세다. 지난 2월 총기사고를 직접 목격한 학생들은 학교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조치는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한다. 특히 학생들의 가방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CNN은 학교가 또 다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보안 조치가 취할 예정이지만 일부 학생은 감옥에서 지내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며 정상적인 고교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학생은 학교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더글러스 고등학교는 2월 14일 이 학교 출신 10대가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 일로 학생 17명이 숨졌다. 당시 경찰은 12명이 학교 안, 2명은 학교 밖, 1명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2명이 병원치료 중 사망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