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3세, 호날두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4일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 경기에서 유벤투스에 3대 0으로 승리하며 4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단연 호날두의 활약이 돋보였다.
호날두는 카림 벤제마와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 이스코와 카세미루,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뒤에서 투톱을 지원하며 레알의 공격은 시작됐다. 원활한 볼 배급과 안정적인 경기 주도권은 빠른 첫 골을 가져왔다. 주인공은 호날두였다. 전반 3분 이스코의 측면 크로스를 간결한 논스톱 슈팅으로 해결했다. 위치 선정과 침투가 돋보였다.
경기 내내 호날두가 공을 잡을 때마다 유벤투스 수비진은 당황했다. 호날두의 스피드와 침투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를 마크하느라 레알 마드리드에 공간을 내주곤 했다. 후반 18분에는 아예 호날두를 놓쳤다. 수비수 뒤에 있던 호날두는 크로스 타이밍에 빠르게 공이 오는 방향으로 달려가 바이시클킥을 구사했다. 유벤투스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멋진 골이 됐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10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자신이 세계최고임을 증명했다. 8강이후 토너먼트 득점에서 59골로 리오넬 메시(38골), 토마스 뮐러(21골),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19골), 라울 곤잘레스(18골), 안드레이 셰브첸코(18골) 등과 격차를 벌렸다.
◆ 만 33세 축구선수들
호날두는 1985년생이다. 축구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로는 웨인 루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루카 모드리치, 애슐리 영 등이 있다. 85년생 한국 선수는 박주영 이근호 등이다. 호날두를 제외하곤 모두 전성기처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상이 누적돼 출전 횟수도 줄어들기 일쑤다. 85년생 축구선수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축구황혼기’에 있다.
그런데 호날두는 다르다. 그는 시즌 초반 저조한 득점력을 보였다. 팬들은 “이제 기량이 떨어졌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8년 시작과 함께 이런 우려를 씻었다. 호날두는 이번 경기를 포함해 올 들어 출전한 열여섯 경기에서 24골 4도움을 기록했다.
호날두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이유는 철저한 ‘자기관리’에 기반한다. 과거 호날두를 지도했던 안첼로티는 “유럽 경기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새벽 3시쯤 됐다. 그런데 호날두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트레이닝장으로 갔다. 얼음을 물에 풀어놓고 냉찜질을 하더라. 경기로 인한 몸의 피로를 풀려는 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당시 호날두의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얼음찜질 끝내고 가겠다”고 단호히 말했다고 한다.
호날두도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 선수들과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언제까지 세계 최고일 수는 없다. 하지만 호날두는 세계 최고로 남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팬들은 더욱 흥분하고 열광한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