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변호인 ‘선고 생중계 제한’ 가처분 신청 “기본권 약화”

입력 2018-04-04 10:18

도태우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생중계를 부분적으로 제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출했다. 도 변호사는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임했지만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연장하자 반발하며 다른 변호인들과 함께 사임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 변호사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 중계를 부분적으로 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이 사건은 공소사실이 방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전면 무죄를 다투던 사건”이라며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해야 하고 2심에서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생중계 결정 범위가 제한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기본권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판결 주문과 적용 법조 외 부분은 녹화나 중계를 허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3일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이 법정 안을 직접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 측이 대법원 전산정보국 소속 방송 인력을 지원받아 촬영해 중계하기로 했다.

선고공판이 진행되는 오후 2시10분부터 417호 대법정에 중계 카메라 4대를 고정해 놓고 각 방송사에 실시간 송출할 계획이다. 카메라는 방청석을 제외하고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등 재판 당사자 쪽만 비추게 된다. 재판부는 법정 내 질서유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계는 대법원이 지난해 7월 1, 2심 선고도 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한 뒤 실제 시행되는 1호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전 국가원수인 데다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만큼 국민적 관심,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중계를 허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 선고 장면이 생중계되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수식을 달게 됐다.

그러나 선고 순간의 박 전 대통령 모습은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해 오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도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일 재판부에 ‘생중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필 답변서도 제출했었다.

박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한 국선변호인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1심 판결이 방송되면 국민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