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구속 후 ‘16억 부동산’ 급히 판 이유는?

입력 2018-04-04 08:32
연극인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면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극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여성 연극인 17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연출가 이윤택씨가 수감 중에 16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처분했다고 CBS노컷뉴스가 4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가 지자체 지원금을 유용해 자산 형성에 은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구속 이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30 스튜디오’를 매각했다. 이씨의 건물은 급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는데,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금이 16억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구속 전에도 다른 부동산을 처분했으며 이밖에도 다수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잇따른 부동산 처분에 이씨가 어떻게 거액의 부동산 자산을 형성했는지 의혹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경남 밀양시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지원받아 전용한 의혹을 받는다.

이씨는 1999년 밀양시의 폐교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연극촌을 개설한 뒤 2001년부터 매년 7~8월 여름공연축제를 개최해왔는데, 여기에 밀양시 예산이 투입됐다. 최근 3년(2015~2017년)만 봐도 매년 평균 5억5000만원의 거액이 지원됐다.

이 같은 지원금은 축제 기획과 공연을 하는 극단을 위한 초청비로 쓰인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씨가 자신이 소유한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가마골’에 공연을 몰아주면서 사실상 초청비를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막대한 수익금을 챙겼다고 한다.

이씨가 눈 먼 돈을 만든 뒤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드러내는 발언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그(이윤택)는 단원이 입단하면 개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게 한 후 통장과 도장을 수거해 자신이 지정하는 재무담당 직원에게 보관토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23일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지자체 지원금 유용 의혹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