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규칙 개정 후 첫 사례… 법원이 촬영해 실시간 송출
朴, 당일에도 불출석 예상… 변호인 “무죄 추정 원칙 어긋나”
MB 재판도 생중계 가능성 커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장면이 6일 TV로 생중계된다. 사법부 역사상 형사재판 하급심 선고를 중계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선고 당일에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3일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이 법정 안을 직접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 측이 대법원 전산정보국 소속 방송 인력을 지원받아 촬영해 중계하기로 했다. 선고공판이 진행되는 오후 2시10분부터 417호 대법정에 중계 카메라 4대를 고정해 놓고 각 방송사에 실시간 송출할 계획이다. 카메라는 방청석을 제외하고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등 재판 당사자 쪽만 비출 예정이다. 재판부는 법정 내 질서유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계는 대법원이 지난해 7월 1, 2심 선고도 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한 뒤 실제 시행되는 1호 사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재판장이 공익(公益)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 2심 선고와 최순실씨의 1심 선고 당시 각 재판부가 모두 불허하면서 규칙 개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전 국가원수인 데다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만큼 국민적 관심,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중계를 허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 선고 장면이 생중계되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수식을 달게 됐다.
그러나 선고 순간의 박 전 대통령 모습은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해 오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도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일 재판부에 ‘생중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필 답변서도 제출했었다.
박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한 국선변호인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1심 판결이 방송되면 국민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형 선고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이 구형됐다.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13개 혐의에서 공범 관계다. 두 사람을 함께 심리한 재판부는 지난 2월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권한을 사인(私人)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게 있다”고 꾸짖었다.
법원이 1심 선고 생중계를 처음 허용하면서 곧 재판이 시작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고 중계 가능성도 높아졌다. 검찰은 이르면 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할 계획이다.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미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