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우리는 하나”…북측 관객들 기립해 박수 환호성

입력 2018-04-03 20:41


남북의 화합이 무엇보다 돋보인 무대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남북의 여성 가수들이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합창했다. 이어서 모든 가수가 무대에 함께 나와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열창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손을 잡고 기립해 합창했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관객 1만2000여명도 모두 함께 일어나 박수치고 손을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3일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남북예술인들의 합동무대 ‘우리는 하나’가 열렸다. 남측 가수 서현과 북측 조선중앙TV 최효성 기자가 남북의 사회자로 나와 “우리는 하나”라고 동시에 외치면서 개막했다. 초반에는 1일 단독 공연과 같은 식으로 진행되다가 가수 정인과 알리가 삼지연관현악단의 가수 김옥주 송영과 ‘얼굴’을 부르면서 처음으로 남북의 합동무대가 펼쳐졌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큰 호응 받은 가수 중 한명은 이선희였다. 이선희는 지난 2월 강릉에서 ‘J에게’를 부른 김옥주와 이 곡을 손을 맞잡고 주고받았다. 공연 중 처음으로 곡 중간에 관객들이 박수치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선희가 김옥주에게 ‘북측에서도 가수를 가수라고 하느냐’고 묻자 김옥주가 ‘네’라고 마이크 없이 대답했다. 이선희가 마이크를 대달라고 하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어 ‘아름다운 강산’이 이어졌다.

강산에는 결국 말을 못 잇고 눈물을 흘렸다. 실향민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 ‘라구요’를 부른 뒤 인사하던 중이었다. “뭉클합니다. 가슴 벅찬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해주셨어요.” 이 말이 끝나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누르고 있었는데 한번 터지면 눈물이 잘 안 멈추더라고요.”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백지영은 북측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알려진 ‘총 맞은 것처럼’을 불렀다. 이어 ‘잊지 말아요’를 부르기 전 “공연을 할 때마다 마지막 곡으로 들려드리는 노래”라고 덧붙였다. 백지영이 “우리가 함께한 순간을 ‘잊지 말자’”며 “이 노래를 여러분에게 선물해드리고 가고 싶다”고 말하자 관객들이 박수를 쏟아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공연 후 만족한 듯이 웃으면서 나갔다. 현 단장은 “잘 된 것 같다”며 “훈련(연습)이 많지 않았는데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고 실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느 부분이 좋았느냐는 질문에는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가을에도 공연이 열렸으면 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리허설 전 대기하던 북측 가수 김성심은 “남북이 함께 하게 돼 감격스럽고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 공연이 열리면 올 것이냐는 질문에 “좋죠”라며 웃었다. 이어 “남측 가수들이 1일 김 위원장과 사진 찍고 악수한 것이 우리에게도 꿈같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이 끝난 직후 자신을 알제리 출신의 유엔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한 외국 남성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모든 순간이 다 감동적이었다. 두 나라가 어서 통일 됐으면 좋겠다. 공연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권준협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