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은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사건 당일에도 “스스로 무장하라” “학생들을 잡아 투쟁하라”는 환청을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에서 “스스로 무장하라”는 환청을 듣고 칼을 집어든 채 밖으로 나온 뒤 “학생들을 잡아 투쟁하라”는 환청에 방배초등학교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3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양모(25)씨는 지난 2일 국가유공자 신청을 반려하는 내용의 국가보훈처 통지서를 받은 뒤 환청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 자택 우편함에서 통지서를 발견한 건 오전 10시30분쯤이었다. 서초구립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그는 약을 복용하기 위해 귀가하면서 통지서를 발견했다.
그는 ‘입대 전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보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읽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스스로 무장하라”는 환청이 들려와 칼날 7.5㎝의 과도를 들고 집에서 나왔다. 거리를 배회하다 방배초 부근에 이르렀을 때 “학교로 들어가 학생들을 잡고 세상과 투쟁하라”는 환청을 들었다고 한다.
양씨는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2013년 2월부터 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하다 정신질환 문제로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고 2014년 7월 전역했다고 진술했다. 군 복무 중이던 2013년 7월 불안 경련 두통 강직 과호흡 등의 증상으로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기록도 확인됐다.
전역 후에도 조현병 등의 증상으로 통원치료를 받다가 2015년 11월 뇌전증 장애 4급으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았다. 양씨는 군 생활 중 가혹행위로 뇌전증과 조현병 등을 얻었다고 주장하며 2014년과 지난해 각각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보훈처는 군 복무 관련 외상 기록이 없고 입대 전 두부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신청을 반려했다.
경찰은 양씨에게 인질강요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