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이.’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아무도 카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가 아이 곁을 떠났고, 이후 6년 동안 입양 거부만 23번을 당했습니다. 모두 혀를 내둘렀죠.
아이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습니다.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고 심지어 도둑질까지 했습니다. 수시로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죠.
24번째로 손 내민 가족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커웬스빌 뉴커크 일가였습니다. 처음 만난 날, 아이는 양어머니 일레인 뉴커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당신도 결국엔 날 입양하지 않을 걸? 많은 사람들이 날 데리고 있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았어”
아이의 행동은 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 앞을 지나가는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었고, 집 창문과 벽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공공장소에 아이와 함께 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시로 진정제를 투약 받아야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일레인도 아이가 버거웠을 겁니다. 하지만 참 이상했습니다. 가족 중 아무도 아이를 돌려보내자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녀는 아이가 진정된 틈에 “네가 무언가를 잘했을 때 어떤 보상을 받고 싶으냐”고 물은 뒤 목록을 작성케 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그 자리에 앉아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적은 ‘소원’을 본 일레인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엄마를 갖는 것”
일레인은 아이를 품기로 했습니다. 고민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올해로 9살이 된 카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금 아이에게서 폭력성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복용하던 약도 완벽하게 끊었다고 하고요.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도 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아이에게 가족이 생겼다는 겁니다. 지난달 25일, 카림은 법적으로 일레인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일레인이 입양 서류를 제출하면서 카림은 정식으로 뉴커크 가족이 된 거죠.
엄마는 아이가 고함을 칠 때 마다 “그래도 널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가족들 역시 카림을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아이’로 대해주었죠. 아이는 사랑을 받고 싶었을 겁니다. 다만 사랑 받는 법을 몰랐을 뿐. 아이가 고함을 치고,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바랐던건 ‘관심’ 그리고 ‘사랑’ 아니었을런지요. 아이에게 ‘진짜’ 가족이 생긴 것을, 뉴커크 가족에게 카림처럼 귀한 아이가 찾아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