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교수팀, 항암 표적치료 효과 개인차 극복 길 열었다

입력 2018-04-03 11:09
항암 표적 치료 시 환자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국내 연구진이 열었다. 환자별로 표적치료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미리 예측, 치료 효과가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게 돼서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종양내과 조병철(사진)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윤태영 교수,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 연구팀과 ‘환자 조직 내에서 추출한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측정하여, 폐암표적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암 치료 과정에서 보다 높은 효율성을 확보하고 낮은 부작용 발생을 위해 개별 암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단백질을 찾아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항암표적 치료에 주목했다. 그 중 지금까지 항암표적치료 대상 환자 선별을 위해 치료 표적이 되는 단백질 생산 DNA 돌연변이 유무 확인과정에 특별히 더 의문을 가졌다.

DNA 돌연변이가 존재해도 항암표적치료 성공률이 50%에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DNA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는 환자도 항암표적치료에서 기대보다 월등한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DNA 돌연변이 활용 항암표적치료 대상자 선정 방식을 탈피해 단백질 상호작용 기반의 새로운 정밀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단백질 사이 상호작용과 단백질 복합체 성분을 ‘단분자 공면역침강 기법’을 이용해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암 조직에서 EGFR 단백질이 형성하는 특이적 복합체와 상호작용 체계를 분별하는 기술이다.

이로써 표적 단백질의 단백질 간 상호작용, 즉 단백질 활성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우수한 항암 표적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를 선별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조직에 DNA 돌연변이가 없어 과거엔 효율성이 낮은 환자로 분류되던 대상군에서도 항암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단백질 상호작용과 인산화상태 측정 등 다각적 분석을 통해, 발암성 활성돌연변이가 발생한 EGFR 유전자에서 발현된 변종 EGFR 단백질이 근처 단백질들과 상호작용을 이뤄 특이적인 신호전달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변종 EGFR 복합체는 정상 EGFR 단백질과는 다르게 인산화상태에 의한 신호전달조절 기능을 상실하여 지속적인 성장신호를 내보냄으로써 암 세포 성장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연구팀은 EGFR 단백질의 성장신호 송출세기가 해당 신호전달경로에 대한 의존성에 비례하는 것을 암 세포부터 실제 암 환자조직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입증했다. 단분자 상호작용 분석으로 비소세포폐암에서 EGFR 표적항암제에 반응하는 집단을 선별함으로써 단분자 상호작용 분석 기반의 새로운 정밀진단 개념을 정립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동물을 이용한 전(前)임상시험 뿐 아니라, 2건의 실제 암 환자 조직에 대한 다각적 단백질 정보 분석을 수행한 결과, 두 환자 모두 EGFR 표적항암제에 대한 반응성 차이가 단백질 정보 분석으로 가능함을 입증했다.

조병철 교수는 “7종의 유방암 세포주와 6종의 폐선암 세포주에서 HER2, EGF의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결과가 해당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표적치료 효과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평상피세포폐암 환자 유래 아바타 마우스 8종에서도 EGFR 표적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EGFR 단백질 분석법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EGFR 돌연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새로운 진단기술 적용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으로 유전자 바이오마커가 없어도 새로운 진단기술을 적용해 환자 분류가 가능해짐(소위 PPI진단)으로써 정밀의학에 근거한 항암표적치료제의 새로운 희망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단백질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