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 의료진 감싼 의료계…유가족 “의료사고 아닌 살해”

입력 2018-04-03 11:17 수정 2018-04-03 11:21
17일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발행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경찰이 현장 조사 중에 있다. 2017.12.17. 사진=뉴시스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3일 의료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의료단체 관계자들이 의료진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자 유가족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45)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와 간호사 B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12월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신생아 집중 치료중 숨진 신생아의 발인에서 유가족이 운구차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12.29. 사진=뉴시스

조 교수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구속영장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임 회장의 발언 도중 유가족이 "이쪽을 보고 말하라"며 "우리 아이들은 의료진도 없는 상황에서 심폐소생술(CPR)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의료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소리쳤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의 영장실질심사와 관련, 1인시위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4.03. 사진=뉴시스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24시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한 의료인에게 주사액의 성분 변질이나 관리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병원장, 재단 이사장, 학교 법인은 왜 입건 구속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영장이 발부되면 향후 의료 현장에선 주의의무 회피노력만 가중돼 정작 중요한 환자의 생명권 보호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며 "여론을 의식한 경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해야만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다. 의사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도 불구속 수사가 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연대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의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4.03. 사진=뉴시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원회 간호사(대책위)도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의 수사를 "문제의 본질은 덮어둔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규정했다.

대책위는 "이대목동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 1등급을 받은 병원이었지만 감염 관리가 엉망이었음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경찰도 정부도 침묵하고 있지만 이 죽음의 책임은 그동안 병원들의 이런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를 방조하고 부추겨 온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형식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만으로 잘못된 관행들을 양산해온 보건복지부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대목동병원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병원은 이대목동병원과 다르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병원이 대한민국에 있긴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경찰은 주사제 취급 과정에서 감염 관리 의무 위반으로 6년차 평간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관행을 막거나 바꿀 책임이 있었다'고 했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꿀 책임은 감염관리 지침이나 규정을 만드는 데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일개 간호사가 아닌, 이대목동병원과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국 간호사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간호사 측 변호인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