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둔 3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향해 “박 시장은 대권을 꿈꾼다면 안철수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박원순 양보론’을 꺼냈다.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양보에 힘입어 시장으로 당선됐다. 이에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공식 선언을 앞두고 '이번엔 박 시장이 밀린 빚을 갚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른바 '양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태경 최고의원은 3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까지 3파전으로 번진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박원순 현 시장과 박영선, 우상호 의원 중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며, 후보 찾기에 난항을 겪은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 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하 최고의원은 박원순을 향해 “정치인이 볼 때 박원순 시장의 목표가 서울시장으로 끝나는 게 목표일까”라며 “이번에 후보로 나선다면 서울시장을 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돌진하면 서울시장으로 (정치 경력이) 끝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양보론’은 안 위원장 쪽보다도 민주당 내에서 더 크게 나오고 있다. 박영선, 우상호 의원들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면서 “안 위원장 입장에선 다른 새로운 뉴페이스보다는 박 시장이 뛰어 주는 게 더 편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쟁점히 명확히 생기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하 최고의원은 그러면서 ‘박원순 양보론’은 꼼수가 아니며 전부 박 시장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최고의원은 “박 시장이 (양보를 안 하면) 좀 더 아름다운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리는 것”이라며 “과거에 어찌 됐든 박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거저주운 거다. 그냥 공짜로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의 양보를) 기억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고 본다. 우리 세대나 30대 이상은 많이 기억을 할 것”이라며 “물론 그래도 정치는 정치이기 때문에 박 시장 그냥 나와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적으로 굉장히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하지만 박 시장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면 그냥 화끈하게 '내가 그때 받은 건데 이번에는 내려놓겠다'고 말해야 한다”며 “박 시장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시장이 대권까지 꿈을 꾸기 위해서는 이번에 화끈하게 내려놓는 게 좋다. 크게 양보하면 본인이 더 큰다. 그런 게 정치의 발전이다”라고 말했다.
‘양보론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 최고의원은 “우리 당 입장에서는 대표 야당으로서의 이미지, 비전 등 이런 걸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비전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박원순 양보론 등) 자잘한 꼼수로 승부하는 바른미래당이 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7년전 '안철수의 양보'를 둘러싼 정치적 셈법을 불식하고 재차 불거진 양보론 논란을 일축했다.
박 시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한게 있느냐'는 질문에 "서로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나 정치력이 없었다.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안 위원장과 아름다운 재단 이사, 포스코 사외이사 등 여러 활동들을 같이 하면서 상당히 깊은 신뢰가 쌓인 바탕에서 2011년 결단을 해줬다"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우리가 맞서 민주개혁진영의 동지로서 함께 했던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 당내 좋은 후보들과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경선을 치르는 단계인 상황에서 그런 걸(양보론)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누가 시민의 삶을 잘 챙기고 서울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지 시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