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초 역사적 순간을 담은 수상작들을 둘러보며 자신이 찍힌 사진들을 감상하고 소감을 내놨다.
그중 청와대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 대통령 직접 뽑은 최고의 보도사진은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의 ‘충칭 임시정부 사진’ 서울신문 박지환 기자의 ‘비에 젖은 폐지’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의 ‘우리 선수 응원하는 북한’이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충칭 임시정부 사진을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골라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충칭 임시정부 청사 계단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과 임시정부 요인들이 찍은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것을 보며 “이 사진(자신의 사진)을 찍고 이 사진(임시정부 요인들)을 떠올렸다는 게 굉장하다”며 감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사진전 최우수상을 받은 ‘비에 젖은 폐지’를 지켜본 후 “이 사진 자체만 해도 폐지를 줍는 노인의 고단함과 이 정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은 모습,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싶은 기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다 나타났다”며 “게다가 치매 실종 신고됐던 분이라고 하니까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이 다시 한번 절실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노인의 고단한 삶을 드러낸 이 사진은 남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어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집 근처에서 폐지를 줍던 이 노인은 초기 치매 증상 탓에 길을 잃어 전날 가족들로부터 실종신고가 됐다. 그러다 네티즌들이 이 사진에 2200개가 넘는 격려 댓글이 달았고 그 덕에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노인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꼴찌로 외롭게 달리는 한국 김은호 선수를 응원하는 북한 코치진을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 한 장이 보여주는 감동, 메시지가 백 마디 말 이상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여운이 남은 듯 사진을 계속 바라보기도 했다.
올해로 54회를 맞은 한국보도사진전은 ‘하나된 열정, 모두의 불꽃’이란 주제로 지난달 21일부터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를 통해 사진 한 장으로 전해지는 깊은 여운과 감동, 그리고 그 한 장을 위해 수백 번의 셔터를 누르는 사진 기자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