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뿌리는 하나”…남북 평양서 최초 합동무대

입력 2018-04-03 09:00 수정 2018-04-08 01:17
2일 오후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합동공연에서 북측 시범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태권도의 뿌리는 하나. 민족의 합동공연을 시작합니다.” 남북의 태권도시범단이 2일 오후 평양 중구역 평양대극장에서 북측 관객 1200여명을 만났다. 평양대극장은 5대 혁명 가극 등을 공연한 북한의 대표적인 종합예술극장이다. 남북 시범단이 평양에서 한 무대에 서는 건 사상 처음이다. 북측에서는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과 리일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호 조선태권도협회위원장이 참관했다. 남측에서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배석해 시범을 지켜봤다.

남측 시범단은 절도 있으면서도 유력한 승무 시범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고향의 봄’과 ‘아리랑’ 등 음악에 맞춰 품새를 선보였다. 한편의 액션영화처럼 극적인 요소가 들어가기도 했다. 한 명이 여러 명과 태권도를 겨루는 형식의 공연도 선보였다. 눈을 가리고 발차기로 공중의 표적을 정확히 가격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범단은 한 명씩 큰 돗자리를 흰 천으로 가린 채로 나왔다. 흰 천에는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화려한 고공 발차기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2일 오후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남북평화협력기원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시범단의 공연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들은 입으로 바람 소리 기합을 크게 내면서 시범을 선보였다. ‘뛰며 높은데하기’를 시작으로 ‘녀자호신술’ ‘손발 위력’ ‘손위력’ ‘장애물 뛰어 넘어차기’ ‘발위력’ ‘호신술’ 등이 이어졌다. 웃통을 벗은 단원의 몸에 각목을 내려쳐서 부러뜨리는 ‘몽둥이꺾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환호가 컸던 장면은 ‘손위력’을 할 때였다. 시범단이 ‘조국통일’이라고 기합을 넣으면서 격파를 하자 관객석에서 나오는 환호와 박수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마지막으로 남북의 합동공연이 시작했다. 관객석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남측 시범단 16명, 오른편에는 북측 시범단 12명 단원이 5분가량 합동 품새 시범을 보였다. 스크린에는 ‘남측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남북의 선수들은 손을 흔들고 박수치면서 단체로 인사를 했다. 관객들도 갑자기 동시에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치고 남북의 시범단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응답했다.

한 북측 관객은 “태권도가 같긴 같구나”라며 “내용이 좀 달라서 그렇지 남북이 같습니다”라고 시범이 끝나고 나오면서 말했다. 남측 참관자는 “남측 공연은 다채롭고 스토리텔링이 있어 뮤지컬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북측 공연은 사실적이고 실전 무예에 가까우면서 힘과 비장미가 느껴진다”라고 차이를 분석하기도 했다.

권준협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