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도 유권자 정보 샀다… 우편·물류업체서 구매

입력 2018-04-03 05:40
사진=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지난해 9월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 우편·물류업체로부터 유권자 정보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가 무단 도용된 것이 드러난 가운데 독일에서도 유권자 정보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독일 일요신문 ‘빌트 암 존탁’은 1일 CDU와 소수 야당 자유민주당(FDP)이 지난해 9월 총선 당시 수천 유로를 들여 도이체포스트의 이용자 340만 가구의 개인정보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포스트는 자사 고객의 성별과 교육 수준, 소비 습관과 실소득, 자동차 소유 여부 및 투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인구통계학적 정보 등 100개 이상의 항목을 CDU와 FDP 측에 전달했다. 다만 이용자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들 정보 중 상당 부분은 도이체포스트가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CDU와 FDP는 유권자 데이터를 사들인 점은 인정했지만 독일의 엄격한 정보보호 규칙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도이체포스트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으며 개별 유권자의 주소 등은 정당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인 좌파당의 앙케 돔샤이트베르크 의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명시적인 허가 없이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예외 없이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부르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요하네스 카스파르는 “선거광고 목적으로 시민 정보를 악용하는 것은 유권자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독일에서 이번 논란으로 마이크로 타기팅(유권자를 세분화해 특정 정책을 홍보하는 것) 선거운동에 대한 감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