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본 평양… 다들 ‘손전화’를 들고 있었다

입력 2018-04-02 18:20 수정 2018-04-02 18:24
2일 오후 평양 창전거리에서 학생이 길을 건너고 있다. 이하 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예술단의 공연 제목처럼 평양에는 ‘봄’이 왔다. 시내 곳곳에 노란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거리엔 입학철을 맞아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들이, 세련된 차림의 여성들이 가득했다. 북한 주민들은 남측 취재단이 탄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반겼다.

다들 ‘손전화’를 들고 있었다

예술단 1차 공연 다음날인 2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 인근 거리는 ‘봄기운’이 가득했다.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며 팔짱을 낀 다정한 연인, 할머니 손을 붙들고 나선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인부는 한 쪽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바쁘게 지나갔다. 날씨는 봄답게 화창했다.

북한 여성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주로 짙은 색 재킷과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었다. 높은 구두를 신고 회색 스타킹을 신은 ‘패셔니스타’도 보였다. 남성들은 어두운 계열의 재킷을 걸치고 품이 넉넉한 바지를 입었다. 모두 ‘손전화’를 들고 있었다. 주황색 구두를 신은 여성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걸어가는 모습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2일 오후 평양 창전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이 지난 31일 방북해 1일 첫 공연을 앞 둔 가운데 예술단이 머물고 있는 고려호텔에서 바라 본 평양시민들의 모습.

파스텔톤 건물 사이 ‘선전문구’

평양 건물은 녹색, 분홍색 등 화사한 파스텔 계열로 물들어 있었다. 16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이번이 3번째 평양 공연인 가수 최진희씨는 “2002년엔 회색 건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색감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외벽이 통유리로 된 건물도 여럿 있었다. 건물과 거리 곳곳엔 “원수님 따라 하늘 땅 끝까지” “불굴의 정신력” “인민경제의 주체성” “일심단결” 등의 선전문구가 자리했다.

2일 오후 평양 창전거리에서 개학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오전 9시(평양시각) 고려호텔 뒤편 초급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도 북한 선전노래가 울렸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등이다. 교복 왼쪽 가슴에 빨간 꽃술을 단 학생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곡 ‘발걸음’을 제창했다. 입학식은 30분 정도 진행됐다.

일부 주민은 평양역 앞 공원에서 배구 등 ‘체육활동’을 했다. 북측 안내원은 “점심시간이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각기 다르다”면서 “1시간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1만명 찾는 북한 ‘옥류관’

예술단은 낮 12시40분쯤 옥류관에 점심을 먹었다. 평양 중구역 인근에 있는 옥류관은 좌우로 긴 2층 건물이다. 녹색 기와가 돋보이는 고궁 느낌의 건물 중앙에 목재 간판이 달려 있다. 건물 앞쪽은 작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예술단은 옥류관 본관에 초대됐다. 여성 안내원은 “하루에 1만명이 찾아오기 때문에 1만 그릇이 나간다. 한 번에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 앞에 적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다녀가신 방, 주체49(1960)년 5월 30일~주체61(1972)년 4월 26일 (55차)’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다녀가신 방, 주체49(1960)년 10월 25일~주체97(2008)년 6월 5일 (61차)’란 문구가 예술단을 맞았다.

2일 남측 예술단 일행이 옥류관 평양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냉면을 나르는 옥류관 직원들.

목재로 만든 대형 출입문 3개, 원형 테이블 23개. 방은 거대했다. 흰색 천장엔 커다란 원형 샹들리에가, 곳곳엔 금강산 전경·소나무·진달래 풍경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방 옆에 있는 통유리창을 열면 거대한 테라스가 나왔다. 한눈에 펼쳐진 대동강 건너편으로 전날 오후 예술단 공연이 열린 ‘동평양대극장’ ‘주체사상탑’이 보였다.

2일 오후 평양 대동강변에서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원인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술단은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노란색 상의를 입고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었다. 음식은 ‘평양냉면’이 준비됐다. 최진희씨는 예전에 비해 양념이 좀 강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김치가 매우 시원하다. 우리에 비해 싱거워서 더 깔끔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평양공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