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가 2012년 성당에 있는 예수의 벽화를 원숭이 얼굴로 바꿔놔 세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 벽화는 스페인의 문화유산으로 1930년경 엘리아스 마르티네즈라는 ‘화가가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을 프레스코화로 그려서 헌납한 것이다.
당시 스페인 사라고사주는 작품의 가치를 높이고자 ‘복원화가’를 모집했다. 마을주민이자 아마추어 화가인 세실리아 히메네즈(86)는 “예수의 얼굴을 빨리 복원해 신앙심을 회복해야 한다”며 복원을 자청했다. 복원은 하루만에 끝났고 다음날 마을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성당에 있는 예수의 벽화는 어린아이가 장난을 친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벽화는 원숭이가 떠오르는 기괴한 모습으로 바뀌며 스페인의 문화유산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히메네즈 할머니는 “그림을 두고 소란이 벌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변호했다.
히메네즈 할머니는 곧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원작 화가 마르티네즈의 후손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마르티네즈 후손들은 곧 히메네즈와 성당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성당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황당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림이 재밌다는 이유로 그림이 전 세계적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를 통해 히메네즈 할머니의 팬덤까지 생기게 됐다. 많은 팬들은 히메네즈 할머니의 벽화를 모방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의 단체인 ‘월 피플’은 할머니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벽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포도주 제조사에서는 이 그림을 이용해 포도주를 판매하기도 했다. 결국 히메네즈 할머니의 복원 직후 ‘예술 파괴 행위’로 법적 소송까지 고려했던 마르티네즈 후손들도 태도를 바꿨고 벽화 기념 센터까지 세우게 됐다.
할머니의 복원 작업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직접 실물을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성당에서는 그림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늘어나자 1유로(1,300원)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입장 나흘 만에 2,000유로를 벌어들였다고 전해진다. 보르하 마을은 스페인 경제위기로 불황에 시달렸지만 사건 직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도시전체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건 한 달 뒤, 할머니는 성당에 입장료 수입 일부를 로열티로 요구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2013년 8월 히메네즈 할머니는 작품에서 나오는 이익의 49%를 받기로 교회와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도 받기로 했다. 할머니는 “수익금을 언젠가 자선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보르하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히메네즈 할머니는 마을의 영웅이 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복원작업 덕분에 보르하가 세계지도에 이름을 올렸다”고 평했다.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미국에서 오페라로 재탄생하기까지 했다. ‘비홀드더맨’이라는 작품으로 오페라도 큰 인기를 누렸다.
히메네즈 할머니는 많은 부를 쌓게 됐으나 최근 수익금의 대부분을 다시 성당에 돌려줬다고 전해진다. 결국 할머니의 황당한 ‘복원작업’은 엄청난 문화적 창조 활동이 됐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히메네즈 할머니의 작품은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스페인 사라고사의 보르하 마을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