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사망 부른 영양수액에 ‘미숙아 사망 위험’ 경고 표시한다

입력 2018-04-02 16:04 수정 2018-04-02 17:48

식품의약품 당국이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 신생아 집단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영양수액(지질영양주사제)에 ‘조산아 사망 위험 경고’ 등 주의 사항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의약품 사용 상 주의사항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달 중 개정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은 사망 전날 주사된 지질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 사망 원인이 세균 감염과 지질영양주사제의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KMS)에 국내 초유의 신생아 연쇄 사망 사고를 재연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생아 연쇄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을 스모프리피드에 넣어 배양하는 실험을 했다. 이는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돼 있었던 탓에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정부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이 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시트로박터균은 다른 균보다 유독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급속히 증식하는 특징을 보였다.

시트로박터균 1개 군집을 스모프리피드에 넣고 24시간이 되자 그 수가 100만 CFU/㎖(세균 세는 단위)으로 증가했다. 시트로박터균은 아미노산, 포도당, 생리식염수 등 다른 주사액에서도 잘 자랐지만 스모프리피드에서 가장 급격히 증식하는 특징을 보였다. 지질주사제의 영양분이 박테리아의 성장에 이상적 환경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100㎖ 용량의 주사액을 신생아 투여 용량인 20㎖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면, 이로 인한 전격성 패혈증이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시트로박터균을 넣은 스모프리피드에서 지름 5μm(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지방 덩어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증가했다는 점이다. 시트로박터균 주입 후 24시간이 지나자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직경 20μm 이상의 지방 덩어리가 상당수 관찰됐으며 최대 40μm까지 커진 지방 덩어리도 있었다.

연구팀은 “주사 가능한 지방 덩어리의 중간 크기는 1.0μm 미만인데, 직경이 5μm 이상으로 커지면 폐의 작은 모세혈관을 차단함으로써 ‘지방색전증(지방덩어리가 혈관을 막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트로박터균 감염이 지방 덩어리를 커지게 함으로써 스모프리피드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게 결국 폐혈관 내 지방색전증으로 이어져 사망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과수의 신생아 부검에서는 폐혈관에 지방 축적이 관찰되지 않아 지방색전증은 사망의 직접 원인에서 빠졌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모프리피드의 이런 불안전성이 폐색전증을 일으킨 사망 사례가 보고돼 의약품 설명서에 ‘조산아 사망 위험’ 경고 문구와 함께 투여상 주의사항 등을 넣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따라 한국 식약처도 국내 들어온 동일제품의 사용 설명서에 사망 위험 경고 등 주의 사항 문구를 추가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전문가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