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곡·율동 수정 없었다” 평양공연서 레드벨벳이 입은 의상

입력 2018-04-02 13:07

우리 예술단의 유일한 아이돌 그룹인 레드벨벳이 성공적으로 평양공연을 마쳤다.

레드벨벳은 1일 오후 6시30분쯤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공연의 다섯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올라 ‘빨간맛’과 ‘배드보이’를 열창했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지난달 20일 진행된 남·북 실무접촉으로 레드벨벳의 예술단 합류 사실이 전해진 뒤 일각에서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레드벨벳의 독특한 가사, 다소 노출이 있는 의상이 이유였다. 조용필, 이선희처럼 이미 북한에 친숙한 가수가 아닌, K팝 그룹이라는 점도 의아한 시선을 모았다. 레드벨벳의 무대에서 의상·안무·가사가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예상과 달리 레드벨벳은 원곡 가사와 안무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의상 콘셉트도 다소 수정한 정도였다. 어두운 계열의 벨벳 의상을 착용했다. 노출은 거의 없었다. 전원이 치마 대신 바지를 입었다. 예리와 슬기가 짧은 반바지를 입었지만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어 다리가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했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레드벨벳이 열창을 마친 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레드벨벳이 지난해 11월 발매한 정규 2집 타이틀곡 ‘피카부’ 활동 때 입었던 의상과 흡사하다. 레드벨벳이 당시 신곡을 발표하며 가졌던 컴백 쇼케이스를 보면 멤버들은 평양공연과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었다. 특히 아이린은 이번 공연에서 쇼케이스와 똑같은 상의를 선택했다. 반바지 대신 긴바지를 착용한 점만 달랐다.

걸그룹 레드벨벳 조이(왼쪽부터),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가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정규앨범 2집 'Perfect Velvet' 컴백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레드벨벳이 평양공연에서 부른 빨간맛은 지난해 여름에 활동했던 곡으로 민소매, 짧은 치마 처럼 노출이 있었다. 올해 1월 공개한 배드보이의 경우 몸매가 드러나는 정장이나 가죽 바지 의상이 많았다. 별도의 제한은 없었지만 레드벨벳 측이 북한 문화를 고려해 가장 정제된 느낌의 피카부 의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북한 공연에 참여했던 여성그룹 핑클은 1999년 SBS 평양 무대 당시 발목까지 가린 검은색 의상을 입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오기현 SBS PD는 2014년 출판한 ‘평양걸그룹 모란봉악단’에서 북한이 남측 가수들의 댄스는 물론 노출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2003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무대에 오른 걸그룹 베이비복스도 리허설 후 배꼽을 노출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애초 계획했던 배꼽티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핑클 북한 공연 모습. 사진=유튜브 '덕구신' 캡처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