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현 “봄에 다시 보자 약속 지킬 수 있어 기뻐”
조용필, 목 상태 안 좋았지만 ‘단발머리’‘꿈’ 등 열창
11팀 무대 노래마다 박수… 피날레 ‘우리의 소원은 통일’
관객들 양팔 흔들며 공감… 일부 출연자 눈물 흘리기도
“북측 예술단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저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함께 노래를 했습니다. 그때 ‘봄에 다시 보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연은 북측 예술단으로부터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 그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현이 감격한 것은 이날 공연이 그만큼 다가올 평화의 시대를 예고하는 분위기를 띠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수들은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고, 관객 1500여명은 무대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행사의 부제인 ‘봄이 온다’의 속뜻을 되새기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남한 예술단은 총 11명(팀)이었다.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이 무대에 올라 오후 6시50분부터 약 2시간10분 동안 총 26곡의 노래를 선사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뮤지션은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가수 정인이었다. 정인은 김광민의 연주곡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허밍으로 부른 뒤 자신의 노래인 ‘오르막길’을 열창했다.
조용필의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조용필은 2005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콘서트를 가진 바 있다. 그는 고열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 겨울의 찻집’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메들리로 부르며 감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용필의 밴드인 ‘위대한 탄생’의 리더 최희선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악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진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유명한 ‘사랑의 미로’를 불러 갈채를 이끌어냈다. 이선희는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이 남한 공연에서 불러 화제가 된 자신의 노래 ‘J에게’ ‘아름다운 강산’ 등을 불렀다. 가수 강산에는 실향민이었던 부모의 삶을 녹인 노래 ‘라구요’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평양 시민에겐 생소할 수 있는 댄스곡 ‘빨간맛’과 ‘배드보이’를 선보였다. 백지영은 ‘잊지 말아요’ 등을 열창했다
하이라이트는 출연자들이 ‘친구여’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한 피날레 무대였다. 출연자들은 이들 노래를 한목소리로 열창했고 일부 출연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관객들은 양팔을 머리 위로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에는 로이킴의 ‘봄봄봄’이 울려 퍼졌다. 북측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라 출연자들에게 꽃다발을 전했고, 관객들은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레드벨벳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연장을 깜짝 방문하면서 공연은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남측 취재진의 취재 활동이 제한됐을 정도다.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 취재진이 화장실에 갈 때도 동행했다. 기자들은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고 모니터를 통해 무대를 관람해야 했다. 남측 예술단은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합동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