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불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누출됐지만 학교 측이 6시간 후 이를 학생들에게 알려 빈축을 사고 있다.
31일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43분 대전 본원 정보전자공학동 4층에서 불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누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미화원 A씨가 불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락스로 오인하여 두 물질이 섞여 락스와 불산이 화학반응을 한 것이다. 사고 후 A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와 같은 사실을 30일 저녁 8시 55분 학부행정팀을 통해 1차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저녁 10시경 학부 행정팀이 2차 안내메일을 발송했고 31일 오전 12시 11분경 대학원 총 학생회장 및 전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사건 발생 후 6시간이 지나서야 학생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한 것이다.
KAIST 학생들은 “30~31일은 학교 행사로 인해 많은 대전시민분들께서 KAIST를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안내조치를 신속히 하지 않았다”며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불산이 누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을 일으킬 경우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고 피부를 뚫고 조직 속으로 쉽게 침투해 강력한 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간 불산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과거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도 직원 4명과 외주업체 근로자 1명 등 모두 5명이 사망했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1000여명이 불산 누출로 인한 검사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한영훈씨는 “흰색 플라스틱 병에 든 물질이 불산이든 아니든 간에 1%라도 불산일 확률이 있으면 전 구성원들에게 조속히 전달하여 대피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학교 측에 사고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교 측은 “환경미화원 A씨는 건강상태가 양호해 곧 퇴원예정이고 해당 건물을 측정한 결과 불산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건물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환경미화원 특별안전 교육 등을 매월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피문자가 전자과 교수님들에게만 전달됐고 학생들에게는 오지 않았다”는 한 씨의 주장에 대해서 학교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초동대응을 한 것은 학교 측이기에 한 씨의 발언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