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도 잇따랐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극복할 수 있었다. 요즘 고려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힘과 용기를 얻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고려인을 도우며 사는 게 행복하다. 성경 말씀에도 나와 있다. 그것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도우라! 최근 이 명령의 중요성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가정파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불평등 및 차별과 추방으로 우리에게 더 현실적인 말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부교회의 복음에 대한 인식은 개인화와 영적 차원, 교회내부 차원에서 그쳤습니다. 하지만 성경의 복음은 그토록 편협하거나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고려인과의 인연은 2006년 광주CBS본부장 재직 때다. 새날학교 교장인 이천영 목사의 요청으로 새날학교 설립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됐다. 새날학교는 고려인을 비롯 이주민자녀를 위한 무상 대안학교다.
“2007년 문을 열었어요. 당시 학교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길 래 제가 새 하늘, 새 땅에서, 새 날을 시작하니 ‘새날학교’로 하자고 제안해 채택됐습니다. 덕분에 새날학교 작명자란 영광을 얻었고 새날학교 후원회장도 맡았고요(웃음).”
그는 지난 해 3월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각종 언론매체에 고려인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 해 여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고려인 강제이주의 길을 다녀온 성과가 컸다.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을 매달 운영하고 법률상담과 의료봉사, 구호단체와 연결, 고려인 일자리 창출, 고려인자녀 장학금제공, 합동결혼식 등 많은 일을 주선했다.
가장 큰 보람은 고려인 4세들이 겪는 3개월짜리 비자문제 해결이다.
줄기찬 청원과 상소 결과, 지난 해 9월 법무부가 동반 비자로 거주 가능하도록 임시해법을 내놨다.
같은 달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도 관심을 모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기념식과 학술회의, 유물전시, 공연 등이 펼쳐졌다.
또 하나는 광주와 고려인의 결합과 동행이다. 지난 해 11월 광주의 재야 원로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고려인 마을을 방문하고 고려인과의 동행을 선언했다.
그는 “아직도 고려인이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관심이 더 필요한 이유다.
“고려시대 때 이민간 동포인가 착각하는 분도 간혹 있습니다.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 구소련에 거주하면서 러시아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을 말합니다. 일제강점기 국권을 빼앗기자 독립운동을 하거나 생존을 위해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국경선인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넜는데 이때 만주로 간 사람을 ‘조선족’, 러시아 연해주로 떠난 사람을 ‘고려인’이라 부릅니다.”
고려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묻자, 그는 동포 및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개정에서 해외동포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전남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이기도 한 박 위원장은 “고려인들은 일제강점과 강제이주, 남북분단이 없었다면 무고한 희생을 치를 이유가 없었다”면서 “일제핍박과 독립투쟁에 헌신, 강제이주 피해, 중앙아시아에서 놀라운 개척과 성취를 이뤘다. 고려인은 자랑스런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려인들은 분단극복과 평화통일의 일꾼이 될 것이다. 독립투사의 후손인 고려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우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