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안점순(90) 할머니의 발인식이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가족과 친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발인식이 끝난 뒤 안 할머니는 수원 승화원 추모의 집에 안치됐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안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 할머니의 증언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928년 일제의 식민 탄압 속에서 태어난 안 할머니는 “마을 여자들만 방앗간 앞으로 다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나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게 끌려가 중국 위안소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
당시 14살이었던 안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하지만 해방 후에도 허허벌판에 버려져 1년여 세월을 떠돌아야만 했다.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온 안 할머니는 1993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2002년부터 본격적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피해를 증언해왔다.
안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후 ‘합의 무효’를 외치며 일본 정부의 ‘위로금’을 거부하며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수원시와 인터뷰에서는 “그놈들에게 끌려다니면서 고생만 했다”며 “생일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청춘은 돌아올 수 없다. 이제라도 사죄 한마디 하면 다 끝날 일”이라며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좋은 일을 보고 눈 감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안 할머니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었다. 올해만 안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