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부터 치킨까지···야구장 ‘투척의 역사’

입력 2018-04-01 14:29 수정 2018-04-01 14:54
관중의 맥주병 투척으로 경기가 지연되고 있다_KBS 뉴스 캡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야구장 ‘투척’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31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사직야구장에서 팬에게 봉변을 당했다. 경기결과에 화난 팬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대호 선수에게 치킨상자를 던졌다. 이대호 선수는 뒤를 돌아보며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롯데는 개막 이후 7연패를 당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선수들도, 결과를 지켜보는 팬들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잘 한 선수를 칭찬하고 못 한 선수를 비판할수 는 있지만 자신의 화를 ‘투척 행위’로 표현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런데도 팬들은 여전히 투척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맥주 캔부터 치킨까지 투척하는 물건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한국 야구에서 있었던 다양한 투척사건에 대해 정리해봤다.

날아온 참외에 머리를 가격당한 김응용 감독

◆ 김응용 감독 참외 사건

1997년 6월 29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경기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김응용 감독이 팬이 투척한 ‘참외’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김응용 감독은 맥주병이나 돌처럼 단단한 물체에 맞은 줄 알고 ‘아 이제 끝이구나’ 생각을 하다가 뒤통수를 강타한 것이 참외인걸 알고서는 ‘어휴 살았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전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타자인 심재학이 타임 요청과 함께 타석을 빠져나왔지만 심판은 받아주지 않았다. 투수였던 강태원은 ‘셋 포지션 상태’(야구 경기에서 와인드 업 포지션과 함께 정규투구 자세 중 하나)에서 심판이 타임을 받아주지 않은 것(원래 투수가 투구 자세에 들어가면 타임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다)을 보지 못했다. 투수는 타자가 ‘배터 박스’(타자의 타격공간)에 없어서 타임이 요청된 줄 알고 던지는 동작을 멈췄다. 따라서 주심은 이를 ‘보크’(주자가 루에 있을 때 투수가 규칙에 어긋나는 투구 동작을 하는 것)로 판정했다. 김응용 감독은 “이게 왜 보크냐”며 심판에게 항의를 하던 도중 관중이 던진 참외에 머리를 맞았다.

팬이 투척한 주사기를 바라보고 있는 최진행_유투브 캡쳐

◆ 한화 최진행 주사기 사건

2015년 9월 26일 넥센전에서 한화 최진행이 수비를 보는 도중에 외야 관중석에서 최진행을 항해 10여개의 주사기가 투척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가 중단됐고 주사기를 투척한 관중은 퇴장조치를 당했다.

사건의 발단은 최진행의 ‘약물 복용’에 팬이 분노하면서 발생했다. 2015년 최진행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KBO로부터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커뮤니티 등에는 “국대급 선수고 좋아했던 선수인데 안타깝다” “스테로이드계열을 알면서도 먹은게 아니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규정상 경기 중, 경기장 밖에서도 사용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 ‘스타노조롤’에 대해서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진행은 “성분을 모르는 보충제를 먹었다”고 항변했으나 당시 스타노조롤은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구매가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이에 분노한 팬이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 떠오르는 ‘컵홀더 투척’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팬들은 위 사진의 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의자에 부착되어 있는 컵홀더다. 컵홀더는 좌석종류별로 부착돼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런데 이 컵홀더가 종종 투척 무기가 되곤한다. 의자에 고정시키는 구멍 부분을 흔들어 강제로 떼어내 경기장 안으로 투척하는 것이다. 문제는 컵홀더가 무게감이 있고 금속재질이기에 상당한 부상의 위험도 안고있다는 점이다. 최근 각 구단 관계자들이 의자에 부착된 컵홀더의 형태와 재질을 바꾸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 자신을 내던지는 팬들

자신을 내던지는 팬들도 있다. 경기장에 난입해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요구하거나 보안요원을 피해 도망치는 팬들도 존재한다. 관중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재밌다”부터 “경기의 흐름을 끊어서 싫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부정적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투수들에게나 타자들에게 흐름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관중 난입으로 흐름이 끊기면 선수들의 퍼포먼스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숙한 한국프로야구의 정착을 위해

결국 건강한 스포츠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팬과 선수들의 조화가 중요하다. 투척행위는 안전사고는 물론 야구경기 자체의 흐름도 망가뜨리는 명백한 처벌 행위다. KBO 홈페이지의 ‘SAFE 캠페인의 배경’의 취지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2010시즌부터 2013시즌 사이 야구장에서 총 1828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2014시즌에는 취객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심판을 공격하거나 관람석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한해 동안 국민적 아픔을 불러일으킨 대형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KBO 10개 구단 또한 야구장의 안전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사고예방을 위한 부분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관람객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 결정했고 이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15시즌부터 KBO 리그 전 구장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문화는 팬들의 응원과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성숙한 2018시즌을 기대해본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