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행사에 일본 ‘전범기업’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전범기업의 참석여부를 직접 고려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막한 ‘2018 스마트공장·자동차산업전’에 민간 인사로 김형묵 한국 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대표가 참석했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은 일본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인 미쓰비시 전기가 100% 출자해 세운 자회사다. 한국에서는 전력기기, 산업 메커트로닉스 기기 등 상품 판매 및 무역중개 영업을 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4000억원가량으로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미쓰비시 그룹은 일본 3대 재벌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시기 조선인 강제노역, 2차 대전 군수품 조달의 선봉에 있었던 대표적인 전범기업이기도 하다. 미쓰비시는 19세기 후반 탄광사업에 손을 대며 큰 수익을 올렸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착취당했던 ‘군함도’(하시마섬)는 미쓰비시가 탄광사업을 위해 사들인 땅이었다.
이날 김 대표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 백운규 산업부 장관, 여당 의원들과 시상식, 테이프 커팅식, 전시장 투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장관 및 여당 정치인이 전범기업 대표와 함께 정부 주최 행사의 개막을 축하한 점을 꼬집었다. 미쓰비시는 2008년 미쓰비시자동차가 국내에 진출했다가 2011년 불매운동 및 퇴출운동에 직면해 철수하기도 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012년 재진출했지만 판매실적이 저조해 국내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논란과 관련해 김 대표의 행사 참가 여부는 진행과 주관을 맡은 한국스마트제조산업협회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은 이 협회의 회원사다. 아울러 정부 자금 투입이 없는 민간 행사에서는 기업 포상을 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주최자를 정부 부처로 표기한다는 해명도 더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협회에서 하는 것이다 보니 정부가 행사 진행을 좌우할 수는 없었다”며 “다만 간담회 같은 것에는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 다 빠졌다”고 밝혔다. 또 “협회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잡았는데 전범기업 중 하나라서 (전시장 투어에서도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측이) 시연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일정에서 빼버렸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