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아내 구하려 불길 속 뛰어든 남편… 70대 노부부 사망

입력 2018-04-01 13:52
화재가 발생한 장씨 집. 이하 채널A 캡처

이웃의 만류에도 몸이 불편한 아내를 구하려고 불길 속에 뛰어든 70대 남편이 목숨을 잃었다. 아내 역시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충남 서천의 장모(72)씨 집에서 지난 30일 오후 5시42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집 일부와 가재도구를 태우고 약 26분 만에 진화됐다. 마을 주민이 처음 화재를 목격했지만 연기 탓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집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던 장씨는 이 주민이 큰소리로 외치는 것을 듣고 달려왔다.

집 안에는 장씨 아내 박모(69)씨가 혼자 있었다. 박씨는 1년 전에 다리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불편해 집에만 머물렀다. 장씨는 주민이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겠다고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한 마을 주민은 “이웃집 아저씨가 붙잡았는데 뿌리치고 들어가셨다”고 채널A에 밝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현장에 들어갔을 때 박씨는 안방 침대에 누워 숨진 상태였다. 장씨는 아내 곁에 도착하지 못하고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두 사람 모두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금실이 좋은 부부였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박씨가 수술을 받은 후 장씨가 밥을 먹여주는 등 살뜰하게 보살펴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외부에서 불을 낸 흔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실 천장이 많이 탄 것으로 봐서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난 것 같다”며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