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서울서 피는 개나리, 평양서도 피는구나”

입력 2018-04-01 11:48 수정 2018-04-01 12:45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31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13년 전 왔을 때보다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 그 때는 주로 회색이었는데 지금은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이 보인다. 서울에서 피는 개나리가 평양에도 피는구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05년 남북작가회담 때 평양을 방문했다. 현재 남측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 도시와 13년 만의 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시인 출신인 도 장관은 “평양에 건물이 많이 생겼다”면서도 “평양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시적 관찰을 빼놓지 않았다.

도 장관은 31일 저녁 북한 평양고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국가의 운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문화가 했다. 문화체육 교류의 중요함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도 잘 되고 남북이 평화 공존할 수 있는 평화체제가 구축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그 와중에 많은 문화체육 교류 사회단체 교류가 활성화 돼서 그동안 10여년 이상 단절된 동질성이 회복되고 화해와 평화이 분위기가 일조를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남북의 적극적인 문화교류를 강조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을 2015년까지 25차례 지속적으로 해왔다. 남북 언어학자들이 사전편찬을 위한 어휘수집 등의 작업을 재개하길 바란다. 개성 만월대가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된 이후 600여년이 흘렀다. 발굴 작업을 7차례 했다. 2015년 중단된 작업을 재개하고자 제안하려고 한다.”

이런 교류가 시작되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도 장관은 “정상회담도 있고 큰 틀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며 “이후 논의가 있지 않겠나. 먼저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이 시작되면 문체부의 업무인데 우선 천천히 (접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고려 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이 3차원(3D) 전시로 열렸다. 도 장관은 “평창올림픽 때는 3D 전시만 했었다. 북한 문화상을 만나면 그런 정도(직접 전시)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문화와 체육 교류를 정례화하거나 다른 교류보다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가 고려 건국 1100주년으로 전시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과거 백두산에 올랐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도 장관은 “백두산 천지를 올랐는데 천지에서 보름달이 지지 않고 동그랗게 있는데 빨간 해도 동시에 떠서 천지 옆에 해와 달이 떠있는 걸 봤다”며 “시인들이 보고 소리를 질렀다. 평생 못 볼 장면이라 감격했다”고 전했다.

31일 오전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팀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숙소인 고려호텔 인근공원에서 평양 시민들이 따뜻한 날씨속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 공동취재단

남한 예술단은 1일 북한 평양에서 13년 만에 공연을 한다. 오후 5시(현지시간) 평양 대동강구역의 동평양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관객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다음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행사이자 북한 예술단의 평창올림픽 방남 공연에 답방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남한 예술단에는 예고한 대로 11개 팀이 참여했다.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윤도현밴드)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레드벨벳 강산에 김광민이 무대에 선다. 북한에서도 인기가 높은 조용필과 이선희의 무대가 가장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은 2005년 평양 단독 콘서트에서 부른 ‘친구여’를 후배 가수들과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맞춰 부르게 된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그 겨울의 찻집’과 히트곡 ‘단발머리’ ‘꿈’ ‘여행을 떠나요’ 등도 부를 예정이다.

이선희는 북한 예술단이 지난달 서울에서 부른 ‘J에게’와 히트곡 ‘아름다운 강산’ ‘알고 싶어요’ 등을 준비했다. 최진희는 평양 공연만 세 번째인 베테랑이고,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다. 강산에는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선곡했다.

외할머니가 이산가족인 윤도현은 한반도를 뜻하는 곡 ‘1178’을 부른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를 뜻하며 2006년 영화 ‘한반도’에 삽입됐던 곡이다. 윤도현은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록음악을 선보였다.

공연에 앞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의 단독 공연이 16년 만에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펼쳐진다.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은 2002년 방북해 공연했었다. 태권도 시범단 20여명의 단독 공연은 1시간가량 진행된다.

방북단은 31일 오전 10시33분 이스트항공 ZE2815편을 이용해 방북길에 올랐다. 오전 11시7분 서해 직항로 군사분계선(MDL) 상공을 통과해 이륙 1시간 만에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 등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현송월 단장은 "평양에 오시니 저희가 기대가 크다"라며 "유명한 가수들도 많이 오고, 성의껏 준비해 오니 기대가 크고, 빨리 만났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춘남 문화상은 "평양의 4월은 의미가 깊다. 위대한 수령님이 탄생하신 날도 있고, 4월의 봄이 오니 4월은 정말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기쁘고 좋을 때 방문한다는 기쁨이 든다"고 환영했다.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을 보도하는 취재진 중 한 명이 31일 오후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해 첫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공항 입국장에는 북한 매체들도 대거 나왔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로동신문, 조선신보 등 10여개 매체 20여명의 기자들이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을 취재했다.

입국 절차를 마친 방북단은 오후 1시 공항을 출발해 숙고인 고려호텔로 이동했다. 방북단을 태운 6대의 차량은 금수산태양궁전, 려명거리, 개선문, 천리마동상, 만수대언덕, 김일성광장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도로 주변은 대부분 밭이었다. 차량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평양 시내에 들어서자 많은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시내 도로에는 일반 승용차보다 택시가 2배 정도 많았다. 또 거리 곳곳에 '계속 혁신, 계속 전진' 등의 문구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성과를 선전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