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예술단이 1일 북한 평양에서 13년 만에 공연을 한다. 오후 5시(현지시간) 평양 대동강구역의 동평양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관객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다음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행사이자 북한 예술단의 평창올림픽 방남 공연에 답방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 북한서도 ‘스타’ 조용필 이선희… 실향민 아픔 노래한 강산에
남한 예술단에는 예고한 대로 11개 팀이 참여했다.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윤도현밴드)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레드벨벳 강산에 김광민이 무대에 선다. 북한에서도 인기가 높은 조용필과 이선희의 무대가 가장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은 2005년 평양 단독 콘서트에서 부른 ‘친구여’를 후배 가수들과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맞춰 부르게 된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그 겨울의 찻집’과 히트곡 ‘단발머리’ ‘꿈’ ‘여행을 떠나요’ 등도 부를 예정이다.
이선희는 북한 예술단이 지난달 서울에서 부른 ‘J에게’와 히트곡 ‘아름다운 강산’ ‘알고 싶어요’ 등을 준비했다. 최진희는 평양 공연만 세 번째인 베테랑이고,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다. 강산에는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선곡했다.
외할머니가 이산가족인 윤도현은 한반도를 뜻하는 곡 ‘1178’을 부른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를 뜻하며 2006년 영화 ‘한반도’에 삽입됐던 곡이다. 윤도현은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록음악을 선보였다.
공연에 앞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의 단독 공연이 16년 만에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펼쳐진다.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은 2002년 방북해 공연했었다. 태권도 시범단 20여명의 단독 공연은 1시간가량 진행된다.
◆ 평양으로 가는 길… ‘계속 전진’ ‘계속 혁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방북단은 31일 오전 10시33분 이스타항공 ZE2815편을 이용해 방북길에 올랐다. 오전 11시7분 서해 직항로 군사분계선(MDL) 상공을 통과해 이륙 1시간 만에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 등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현송월 단장은 "평양에 오시니 저희가 기대가 크다"라며 "유명한 가수들도 많이 오고, 성의껏 준비해 오니 기대가 크고, 빨리 만났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춘남 문화상은 "평양의 4월은 의미가 깊다. 위대한 수령님이 탄생하신 날도 있고, 4월의 봄이 오니 4월은 정말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기쁘고 좋을 때 방문한다는 기쁨이 든다"고 환영했다.
공항 입국장에는 북한 매체들도 대거 나왔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로동신문, 조선신보 등 10여개 매체 20여명의 기자들이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을 취재했다.
입국 절차를 마친 방북단은 오후 1시 공항을 출발해 숙고인 고려호텔로 이동했다. 방북단을 태운 6대의 차량은 금수산태양궁전, 려명거리, 개선문, 천리마동상, 만수대언덕, 김일성광장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도로 주변은 대부분 밭이었다. 차량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평양 시내에 들어서자 많은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시내 도로에는 일반 승용차보다 택시가 2배 정도 많았다. 또 거리 곳곳에 '계속 혁신, 계속 전진' 등의 문구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성과를 선전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방북단이 고려호텔에 도착하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텔 직원들이 박수로 맞이했다. 예술단은 호텔 연회장에서 개별적으로 점심을 먹은 후 공연 장소인 동평양대극장으로 가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방북단은 모두 186명 규모로 꾸려졌다. 도 장관이 단장을 맡고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부단장을 맡았다. 또한 김종천 청와대 행정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박진원 청와대 통일비서실 선임행정관 등도 포함됐다. 예술단은 가수 11개팀 25명이며, 태권도시범단은 22명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