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테리코 화이트가 전주 KCC 안드레 에밋의 머리 위로 3점슛을 던졌다. 림을 맞고 튀어나온 공이 높이 솟았다가 림 안쪽으로 떨어졌다. 화이트와 문경은 SK 감독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수비 리바운드에 이어 가져온 공격권, 오른쪽 45도 3점 라인 밖에서 SK 변기훈이 뛰어올랐다. 변기훈의 손을 떠난 공이 그대로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이드라인 밖의 문 감독이 백코트하는 변기훈에게 손을 뻗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벤치에 앉은 KCC 하승진은 패배를 직감한 듯 얼굴을 수건 속에 묻었다. 84-74, 내내 팽팽하던 경기가 종료 2분을 남기고 SK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SK는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CC에 89대 8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2대 0을 만들었다. 이날 경기는 양팀 선수들이 매치업마다 자존심 싸움을 벌인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3점슛에는 3점슛으로, 돌파에는 돌파로 응수하는 장면이 되풀이됐다. 전반까지는 KCC가 앞섰다.
‘복덩이 용병’ 제임스 메이스의 활약과 함께 SK가 3쿼터부터 미묘하게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메이스는 찰스 로드와 하승진을 상대로 골밑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냈고, 거리가 벌어지면 멀리서도 자신 있게 외곽슛을 던졌다. 32득점 12리바운드의 ‘더블 더블’ 활약. 7개 시도한 3점슛은 3개가 들어갔다.
지역방어를 섞어 가며 맞선 KCC도 끈질겼다. 4쿼터 65-68로 뒤지던 상황에서 KCC 이정현이 SK 김선형의 패스를 가로챘고, 패스를 받은 에밋이 돌파에 이은 점프슛에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68-68 동점, 6분 54초를 남기고 양팀이 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승부를 가린 건 3점슛이었다. 경기 막판 SK의 ‘신인왕’ 안영준과 변기훈, 돌아온 김선형이 연이어 외곽포를 터뜨렸다. 반면 KCC의 3점슛은 계속 림을 외면했다. 전태풍과 에밋도 막판 3점슛을 성공시켰지만 사실상의 승부가 끝난 뒤였다.
KCC는 잠실학생체육관에만 오면 작아지는 징크스를 털기 위해 애썼지만 이날도 결국 연패를 이어갔다. 승리의 주역인 SK 메이스는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찬스가 난 것”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팀은 전북 전주체육관으로 옮겨 2일 3차전을 갖는다. SK는 5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