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펜스 룰이 거론되더니 최근엔 여성단체와 관련 있는 회사 제품을 불매한다는 소비자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두 달간 거세게 확산된 미투(#MeToo) 운동을 향한 반발이자 공격이다.
온라인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운영하는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지난 26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게임의 원화가(原畵家) A씨와 면담한 결과를 올렸다. 게임 제작에 참여한 A씨가 SNS 계정에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표현이 담긴 글을 공유했다는 항의가 접수됐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면담 결과 A씨는 메갈리아(여성 혐오에 반발해 남성 혐오를 주장하는 공격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주장이나 가치에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게임 이용자들은 회사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게임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불매 운동은 게임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게임 회사에 소속된 여성 직원들의 인터넷 이용 기록을 샅샅이 훑으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달 들어서만 10여개 게임에 참여한 여성들을 두고 메갈리아 회원인지 아닌지 검증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온라인 게임 ‘소울워커’는 26일 메갈리아 이용자로 의심받은 원화가가 그린 캐릭터를 게임 내에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남성 게임 이용자들은 비슷한 형태의 경쟁 게임에는 불매를 선언하고 소울워커로 옮겨왔다. 사상 검증에 호응하는 게임 개발사에는 확실한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나 그림, 설정에 남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아니고 영향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도 아닌 여성 직원들이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