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후보자 “송구스럽다”는데… KBS는 “노래방 출입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아냐”

입력 2018-03-30 22:53 수정 2018-03-31 02:22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밤늦게 말을 바꾸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부터 “양 후보자가 세월호 사고 당일 부산 지역의 노래방에 갔다”고 주장했지만 양 후보자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법인 카드 결제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자 결국 “결과적으로 사용 내역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했을 뿐 노래방 출입 사실을 인정한 적은 없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의 2014년 4월 16일 법인 카드 결제 내역. 부산의 한 노래방에서 16만 1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난다. 박대출 의원실 제공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양 후보자가 술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부산 해운대에 있는 노래방에 간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양 후보자는 “노래방에 간 적이 없다.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이 재차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해보자”고 추궁해도 양 후보자는 “배석한 직원이 확인한 결과 4월 16일에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이 없다고 나온다”고 답했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하지만 박 의원이 오후에 자체적으로 양 후보자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해 공개하자 양 후보자도 결국 결제 내역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 후보자는 2014년 4월 16일 저녁 부산의 한 노래연습장에서 16만1000원을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양 후보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출받은 자료에는 2014년 4월 16일 사용기록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재무부에서 다시 확인해보니 저의 법인카드가 사용된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하는 분이 참사 당일에 노래방을 갔다면 대한민국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의 자질이 과연 있는 것이냐”며 “여기가 어디라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이 내역을 빼고 제출하며 허위로 답변하느냐”고 질타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래방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노래방에 갔는지 사실 여부와 KBS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큰 상관이 없다는 논리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날 밤 노래방에 갔다면 큰 사고지만 양 후보자는 KBS 부산방송국의 PD였다”면서 “그렇게 접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된 KBS의 천안함 의혹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가 본 바로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8일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을 통해 천안함 폭침 결론에 의혹을 제기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편파 방송’ 논란이 제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천안함 함미 후타실 CCTV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과 좌초설 등을 언급했는데 국방부는 29일 이를 모두 반박했다.

KBS 앵커 출신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KBS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길 바라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양 후보자는 “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믿고 있지만, 합리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경우 언론사로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당연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 의원이 “국민의 알 권리라면 공영방송이 양쪽의 얘기를 소개하고, 최종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지 않냐”고 되묻자 양 후보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공정과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5년 고려대학교에서 받은 석사 학위 논문에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다.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지침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쯤 시작해 밤 11시쯤 끝났다. 하지만 때 아닌 ‘노래방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의 능력이나 정책 검증에는 소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인카드 사용내역 자료 제출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수차례 정회를 반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