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이름이 귀에 익숙해서 가볍게 여기는 질환이 꽤 있다. 소장‧대장 같은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서혜부(사타구니)나 주변으로 빠져 나오는 ‘탈장’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탈장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탈장된 장기에 피가 통하지 않아서 괴사하는 부작용으로 간혹 장기를 절제할 수도 있어 빠른 탈장수술이 필요하다.
탈장(脫腸)은 뱃속 장기가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나 빠져 나오는 질환이다. 배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 근육막(근막), 피부를 합쳐서 복벽이라고 한다. 탈장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원인으로 복벽 틈으로 장기가 빠져 나온 상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2016년 탈장으로 치료 받은 환자는 매년 약 7만6000명에 이른다. 탈장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탈장된 신체부위는 불룩 튀어나와 보이거나 장기가 손으로 만져질 수도 있다. 탈장 부위는 배에 힘을 주면 더 뚜렷하고 단단해 진다. 남성의 경우 탈출된 장기가 음낭까지 내려오면 한쪽 음낭이 커진다.
탈장중에서 서혜부탈장과 배꼽탈장이 자주 발생한다. 서혜부탈장이 약 80%를 차지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다. 서혜부탈장은 크게 간접탈장과 직접탈장으로 구분하는데 간접탈장은 대부분 신생아나 어린이에게 나타난다. 남자 아이는 출생 전후 뱃속에 있는 고환이 아래로 내려와 음낭 속에 자리 잡는다. 이 때 고환이 내려오는 통로가 샅굴(사타구니)이다. 샅굴 입구는 고환이 내려온 후 저절로 막혀야 하는데, 닫히지 않고 열려 있어서 이곳으로 소장, 대장, 대망 등이 빠져나와 탈장이 발생한다. 남자 아이의 서혜부탈장은 경우에 따라 음낭에 물이 차는 음낭수종,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복강 내에 남아 있는 잠복고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여자 아이는 자궁의 위치를 고정하는 힘줄의 하나인 원인대가 주기도 막히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원인대는 골반 뼈에 고정되는데, 원인대가 내려오는 길의 복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열려 있으면 서혜부탈장, 서혜부수종을 일으키는 통로가 된다. 직접탈장은 서혜부를 받치고 있는 복벽이 후천적으로 약해지면 그 사이로 내장이 밀려나와 발생한다. 직접 탈장은 소아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주로 성인에서 발생한다. 배꼽탈장은 배꼽 주변 근육막이 약해지면 이 사이가 벌어져서 발생한다. 배꼽탈장은 주요 원인이 임신‧출산이어서 주로 여자들에게 나타난다. 환자 중 30~39세 성인 여성이 가장 많다. 임신하면 배꼽 주변 근육막이 늘어나면서 약해지고, 복압이 상승해서 발생한다. 자연적으로 치료될 수도 있는 소아 배꼽 탈장과 달리 성인 배꼽 탈장은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탈장증상을 치료 받지 않고 그대로 두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탈출된 장기가 탈장구멍에 끼어서 꼬이고, 졸리면서 혈액이 통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장기가 썩는 교액성 탈장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를 감돈(嵌頓)이라고도 부른다. 증상이 심하면 탈장된 장기를 절제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탈장 치료는 장기가 탈출한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이 원칙이다. 최근 탈장 수술은 복강경탈장수술이 도입돼,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이 빨라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수술 후 당일퇴원이 가능하다. 담소유병원 탈장클리닉 의료진은 “복강경 탈장수술은 성인 약 20분, 소아 약 10분의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 복강경 카메라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한 탈장 구멍 이외에 다른 부분의 구멍이 있는지도 함께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탈장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탈장 위험 요인 중 하나가 복부 압력을 높이는 행동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체중이 늘고, 변비 때문에 대변을 볼 때 무리해서 힘을 줄 때다. 호흡기 질환 때문에 심한 기침을 자주 해도 그렇다. 아울러 흡연, 관리하지 않는 만성질환, 비타민 결핍, 영양실조 등 복벽 조직을 약화시키는 생활습관도 고쳐야 한다. 평소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배의 복막 부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아탈장은 부모가 평소 기저귀나 옷을 갈아입힐 때, 목욕을 시킬 때 서혜부와 배꼽 부위에 볼록 튀어나온 부위가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