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언니’란 단어는 이제 교회 여성의 대명사가 된 것 같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교회 언니’를 검색하면 ‘편한’ ‘친근한’ 같은 수식어가 붙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 언니가 친숙한 이미지로 사용된다는 방증이겠지요. 이번에 새로 찾아온 기자칼럼 ‘응답하라 교회 언니’에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수적으론 교회의 주류지만 대세는 아닌 여성 그리스도인 ‘교회 언니’들의 고민과 애환을 전하려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교회 언니가 자녀 출산 후 겪는 신앙 위기’로 열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와 ‘어린 자녀를 뒀을 때’를 보통 신앙생활의 암흑기라 부른다고요. 아무리 학창시절 독실하게 보낸 고등학생이라도 술과 유흥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 대학생활 앞에선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출산 이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준 새 소명인 육아에 눈뜨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녹록지 않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나는 없고 자녀만 있는 삶’은 신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한때 교회 봉사라면 최고라고 자부하던 교회 언니라도 출산 후엔 자모실에서 꼼짝 않고 자녀의 필요를 채워야 합니다. 아이가 기침이라도 몇 번 하면 주일성수 자체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자녀 건강도 문제거니와 다른 성도에게 폐를 끼칠 수 있어서 그럴 겁니다.
설령 교회에 가도 온전히 예배를 드리긴 힘듭니다. 자녀가 떠들어 타인의 예배에 방해되지 않도록 잘 얼러야 합니다. 울기라도 하면 예배당 밖으로 나가 달래야 하지요. 젖을 먹이거나 용변을 치울 때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예배가 끝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 자모실에서 펼쳐지는 주일 풍경입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4살 맏아들과 두 살 터울 딸을 키우고 있는 교회언니 A씨는 자신을 속칭 ‘시다’(하수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자녀를 돌보다 보면 설교를 전혀 못 듣고 멍하니 있다 교회를 나서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주변에서 지금이 힘들 때라고 위로하지만 예전처럼 예배로 은혜를 받지 못하니 스스로 형편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암흑기를 헤쳐 나갈 방안은 없는 것일까요. 백정수 100주년기념교회 2030기혼담당 목사는 “청소년·청년기에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한 이들이 출산 후 공허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전업주부처럼 육아시간이 긴 경우가 특히 그런 편”이라며 “결국 공허함을 채우는 건 말씀이기에 이들이 소그룹에서 육아 애로를 성경적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책 ‘크리스천 부모학교’를 펴낸 유영업 주님의보배교회 목사 역시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 목사는 “어떤 환경이든 스스로 말씀을 읽고 하나님과 동행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성경을 읽는 등 신앙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자모실이 혼잡해 예배드리기 어렵다면 간식이나 장난감을 준비해 본당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 경우 부모도 말씀 안에서 회복되고 자녀도 어릴 때부터 예배 태도를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라 조언했습니다.
결국 결론은 ‘말씀’이라는 다소 뻔한 결말이지만, 극복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가정이란 기나긴 여정을 떠난 교회 언니들. 이들이 출산과 육아로 신앙의 암흑기가 아닌 황금기를 맞았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더 자주 들리기를 기대합니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