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권 시절 노골적인 방송 장악 시도로 인해 KBS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양 후보자는 “10년 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면서 “2008년 정권 차원의 노골적인 KBS 장악시도가 있었고, 당시 여러 사원들과 함께 방송장악이 부당하다고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중징계였다”고 말했다. 당시 KBS PD로 재직 중이었던 양 후보자는 “이후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고, 제작부서로 복귀한 이후에도 더 이상 본연의 제작 업무에는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방송의 자율성을 억압했고 KBS는 독립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노조가 수차례 파업을 했고 냉소적인 조직문화가 생겨났다. KBS를 정상화시켜야하겠다는 막중한 책무로 이 자리에 섰다”고 설명했다.
시사 관련 조직의 장 임면 시 구성원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국장 임면동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양 후보자는 “공정하고 진실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권력 남용 감시와 사회적 공론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KBS는 소외계층과 약자를 위한 방송이 될 것”이라며 “장애인과 소외계층 등 약자를 배려하고 재난재해방송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지역방송국이 지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장하는 재난재해방송의 전초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업계의 고질적인 갑질문화 청산도 내세웠다. 양 후보자는 “외주 제작사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상생의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디어 교육 지원은 물론,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를 선도하겠다”며 “KBS의 방대한 영상·음향 아카이브(저장소)를 시민창작자에게 개방하고, 그 결과물을 KBS플랫폼을 통해 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