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도지사직을 사퇴한 지 24일째에 접어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관사의 짐을 아직 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며 구치소 생활을 면한 안 전 지사는 줄곧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대학 친구 A씨 집에서 지내왔다.
중앙일보는 충남도 관계자를 인용해 안 전 지사가 지난 6일 도지사직에서 물러나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짐은 여전히 관사에 남아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물품은 안 전 지사와 부인 민주원씨가 쓰던 의류, 책, 주방기구 등이다. TV, 에어컨, 냉장고 등은 충남도가 구입한 것으로 안 전 지사가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A씨 집에 딸린 컨테이너에 머물며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안 전 지사는 영장실질심사 참석을 위해 2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나타났다. 이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안 전 지사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 전 지사는 계속 양평의 컨테이너에서 지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며 보강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실형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안 전 지사는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의 핵심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은 보통 입증이 까다롭다. 안 전 지사의 경우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온 점을 고려해 위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단 점엔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행사했는지를 증명하는 게 관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나와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널 자를 거야’라는 분명한 발언이 있고 피해자가 이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가 어렵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며 “이 사건은 폭행 사실은 없고 한쪽만 업무상 위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판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견급 로펌의 한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방어할 것이다.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