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쌍하다’고 한 홍지만 “여러분의 자랑 되겠다”

입력 2018-03-29 17:53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만의 일종의 정치 비전을 소개한 글인데, 공교롭게도 이날 홍 대변인이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국민들을 비난한 논평을 낸 것과 묘하게 맞물렸다.

검찰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줄곧 관저 침실에 머물렀으며, 대통령 최초 보고 등이 모조리 조작됐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발표 이후 홍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부역자”라고 비난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해 ‘적반하장’이란 비판을 받았다.


홍 대변인은 이런 논란을 전혀 예상치 못한 듯 페이스북에 “저에게는 사명이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흐르는 눈물을 전하기보다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며 “정치가 썩었다고 외면하지 마십시오. 희망이 없다고 등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또 “낙마한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은 바로 여러분이었다”며 “멋있고 시원한 정치로 여러분의 자랑이 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포부와 달리 그가 낸 논평은 사회적 분노를 일으켰다. 홍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수사 결과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제기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면서 “당시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 현재 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국민들까지 비난 대상에 포함시켰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도 했다.

홍 대변인 논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가 급히 불끄기에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불행한 사고에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며 “공식 논평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물러섰다. 결국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세월호 7시간, 제왕적 권력 앞에 스스로 무기력했던 모습을 반성한다’며 새 논평을 작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홍 대변인과 함께 최근 ‘미친 개’ 발언 논란을 일으킨 장 수석대변인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왜 유독 한국당 대변인들은 입으로 배설하는지 알 수 없다”며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