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이 정부가 추진중인 재량노동제와 관련해 도쿄노동청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용을 알 수 없도록 검게 칠해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보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높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직원이 과로자살한 노무라 부동산에 대한 지난해 12월 후생노동성 도쿄노동청의 특별지도 자료가 거의 대부분 검게 칠해진 채 전날 국회에 제출된 모습을 보도했다. A4 5장 가운데 1장은 목차 외의 내용을 모두 검게 칠했을 정도다. 도쿄노동청의 특별지도 당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성 장관이 노무라 부동산 직원의 과로자살 여부를 알았는지가 쟁점인 상황에서 검게 칠하지 않은 부분에 과로자살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다. 야권의 반발에 후생노동성은 개인정보와 향후 노동기준 감독과 관련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부분을 검은 색으로 칠했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의 ‘일하기 방식 개혁’ 중 핵심인 재량노동제는 노사가 미리 총 노동시간을 합의해, 그 시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즉 초과 근무를 해도 잔업수당을 받지 못한다. 노무라 부동산은 제도를 악용해 대상이 아닌 영업사원에게 재량노동제를 도입했고, 지난 2016년 50대 남성 사원이 과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재량노동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후생노동성은 노무라 부동산에 대해 특별지도에 나섰지만, 재량노동제가 계기였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검게 칠한 부분에 과로사, 산재 신청, 산재 인정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냐고 묻자 카토 장관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후생노동성은 재량노동제와 관련해 과로자살 이외에 수백건에 달하는 거짓 데이터 문제가 드러나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오는 4월 ‘일하기 방식 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9일 보도된 이 법안에는 고연봉자의 경우 노동시간 규제에서 아예 제외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가 들어가 있어 논란이 크다. 연봉 1075만엔(약 1억750만원) 이상의 전문직 노동자는 노동시간의 제한 자체가 없다. 즉 매일매일 야근을 해도 원래 정해진 연봉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