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변호사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박 변호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변호인의 실제 인물이면서 고(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씨의 변호를 맡아 대중에게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법률대리인을 자처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서더니, 지금은 배우 곽도원에게 총구를 틀었다.
박 변호사 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아버지는 진폐증(폐에 분진이 침착하여 조직 반응이 일어난 상태)을 앓다 세상을 떠났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허망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1990년대 후반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이후 “이 사회에서 노동자는 법대로 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변호사로 일했다. 욱하는 성질 탓(?)에 ‘깡패 변호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2011년 실화를 바탕으로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가난한 노동전문 변호사의 실제 모델이다. 판사에게 석궁을 발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교수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화로, 그 안에서 교수의 변호인은 거대한 사법부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 지난해에는 고(故) 김광석씨 딸 서연 양 사망 관련,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로 고발 당한 서해순씨에 대해 ‘혐의 없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
이번에는 ‘미투 운동’에 시선을 돌렸다. 최근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논란 당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측에 무료 변호를 하겠다며 손을 내밀며 정 전 의원을 향해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다.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 측을 향한 날선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신들의 이야기가 맞다면 바로 공개 사과하고 손해배상액으로 빚을 내서 ‘1억원’을 정봉주 전 의원님께 지급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영도지역위원장은 “박훈 변호사님. 받고 1억이다. 평소에 존경했던 분인데, 요즘 근황을 보면 실망스럽다”며 “난 정봉주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에 1억 원을 베팅한다”고 받아치면서 판을 키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싸움은 박 변호사가 승리했다. 정 전 의원은 28일 “내 기억이 잘못됐음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소속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는 지금 배우 곽도원 측과 ‘베팅’ 중이다. 24일 곽도원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임사라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금전 요구 협박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자 박훈 변호사는 “아무리 추잡한 인간이라도 돈을 뜯을 때는 명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논란에 끼어들었다.
곽도원이 28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박 변호사에게 “만약 임사라 대표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나와 1억 원 내기하자. 내가 이기면 박 변호사가 받은 돈으로, 이윤택 피해자들과 101명 변호인단 모시고 소고기로 회식하겠다. 어떠냐. 콜? 만약 내가 이기면 끝까지 받아낼 거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윤택 피해자 네 분. 그날 당신들은 곽도원한테 할 말했소. 숨지 마소. 느닷없는 임사라의 등장에 열 받아 다음날 누군가 곽도원한테 쏘아붙였소. 그게 녹취록의 진실이요. 오늘 곽도원이 나에게 도발했소. 난 당신들의 진심을 믿소. 곽도원이 내기했소. 난 뛰어들 거요. 아야 곽도원아. 1억 걸고, 더하기 10억 하자”고 답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