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세월호 7시간’의 실상이 드러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실에서 보낸 4시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7시간의 숙제가 ‘침실 4시간’으로 바뀐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서 나와 보고를 받은 건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20분이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급기야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이 침실 앞까지 찾아가 여러 번 부른 뒤에야 나왔다고 한다. 안 전 비서관의 “국가안보실장이 급히 통화를 원합니다”라는 말에 박 전 대통령의 대답은 “그래요?”였다. 이후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약 20분 뒤 간호장교에게 가글을 받았다. 오후 2시15분 최순실씨가 청와대에 들어올 때까지 3시간30분 가량을 계속 침실에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만나기 전까지 한 건 오전 10시22분쯤 김 전 실장에게, 약 8분 뒤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철저히 수색하라”는 원론적인 지시를 내린 게 전부다. 이는 10시17분, 세월호가 108.1도 기울어 전복된 이후다.
박 전 대통령의 침실은 TV와 회의 공간 등이 갖춰진 제법 큰 공간이라고 한다. 보좌진과 업무를 볼 정도는 아니지만 전자결재가 가능한 시설을 갖췄다. 당시 여러 방송사가 세월호 사고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유가족들이 절규하는 모습도 방송됐다. 박 전 대통령이 TV로 이런 장면을 확인했는지 알 수 없지만 TV를 봤다면 사고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다.
검찰은 일단 박 전 대통령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점, 당일 의료용 가글을 사용한 점을 감안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 있던 것만으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지시를 안 했다는 취지로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불법 변경 등과 직접 관계가 없는 데다가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알아볼 방법이 없어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