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한 개만 빌려주세요.”
갑작스럽게 생리를 시작한 날, 주변 사람들에게 생리대를 빌려본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으실 겁니다. 초면의 중학생이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하자 거절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던 ‘실험카메라’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브이(V)’는 28일 “중학생이 길에서 생리대를 빌려본다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생리대를 빌려달라는 중학생의 요청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험했습니다. 생리대를 빌려주지 않겠다고 거절한 시민은 0명. 심지어 몇몇은 “하나 사 드리겠다” “마침 나도 필요했는데 내가 살테니 편의점에 같이 가자”며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보미 PD는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왜 학생을 도왔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시민들은 하나같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생리기간 중 생리대가 없어 난감해하던 때, 누구나 친구에게 생리대를 빌린 경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 시민은 혼자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던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화장실에 있던 여성분에게 (생리대를 빌려줄 수 있겠냐고) 말하니까 바로 빌려주시더라”며 자신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 생리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시민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한다면 그 때도 생리대를 빌려줄 것인가”라는 PD의 질문에 “네, 있으면”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김보미PD는 “여성들이 공유하는 경험에 대해 영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며 해당 영상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생리가 이전보다는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어떤 생리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며 “우리 삶 속에서의 생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초점을 맞춰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김PD는 “도와주는 행위에 대한 감동도 담고 싶었지만 ‘왜 도와줄까?’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며 “영상 업로드 후 많은 분들이 본인도 경험해봤다거나 당연히 돕게 된다는 댓글을 남겨주신 걸 보니 다들 공감을 하던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생리대가 필요할 때, 여성들은 누군가에게 생리대를 ‘빌린다’는 표현을 주로 씁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실제로 생리대를 갚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죠. 생리대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친절을 베푸는 게 바로 생리대를 ‘갚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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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