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진실로 다시 퍼진 절절한 ‘누나의 편지’

입력 2018-03-29 11:44
온라인커뮤니티

2014년 4월 16일. 의혹투성이였던 7시간의 진실이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감춰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 검찰 수사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국민 생명보호 책임의 정점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관저 침실에서 마냥 시간을 보내다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서야 첫 상황 보고를 받았다. 국정농단이 밝혀진 후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 역시 조작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에 여론이 분노로 들끓는 동시에 그 날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 현재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한 ‘누나의 글’이 있다. 2015년 세월호 1주기 당시 쓰인 이 글은 안산 단원고에 재학하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2학년 6반 전현탁 군의 누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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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탁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글은 4월 16일이었던 현탁군의 생일을 축하하며 시작하고 있다. 누나는 “SNS에 편지를 썼는데 생각해보니 넌 SNS를 하지 않았었지. 네가 즐겨 봤던 이 커뮤니티에서는 확인할까 싶어 여기에도 글을 남긴다”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편지에는 현탁군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들떠있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누나는 “너랑 둘이서 미용실가서 머리 자르고 과자도 사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여행가는 날이 네 생일이라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같이 걸으면서 대화했던 거 기억나? 방은 누구랑 쓰는지 선생님은 어떠신지 등등, 그리고 누나가 만약 배가 침몰하면 다른 건 다 필요없으니까 몸만 뛰어나오라고 했었잖아. 물론 우스갯소리로 넘어갔었지.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그날 아침에 일어났더라고”라며 사고 당일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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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원구조라는 속보를 보고 약간이나 안심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마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함에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현탁군의 누나는 “그날 이후로 내 마음속이 뻥 뚫려 버린 것 같아. 뭘해도 즐겁지 않고 살아가는 게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나도 너와 형제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때는 널 꼭 지켜주고 싶다”는 속말을 전했다. 글 마지막에는 “정말 보고싶다 내 동생아. 사랑한다. 보고싶다. 생일 축하한다”는 글을 남겨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누나의 절절한 편지가 게시되자 많은 네티즌은 현탁군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렸다. 현탁군이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던 아이디를 알아본 네티즌도 있었다. 이후 매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자 현탁군의 생일인 4월 16일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현탁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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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밝혀진 28일 “현탁군이 생각난다”는 글이 다수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 이제 곧 현탁군 생일이구나 생각하며 (누나의 글을) 검색해 다시 보다 울었다”며 “오늘 7시간 행적에 대한 뉴스를 보니 분노가 치밀어 답답해하다 현탁군 생각이 나 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네티즌은 “뉴스를 보니 현탁군이 더 생각난다”며 추모 게시판으로 연결된 링크 주소를 공유하기도 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