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 논의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며 검찰개혁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문 총장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 등 검찰개혁 관련 논의에 대한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총장은 이날 검사만 갖고 있는 영장심사 청구권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는 50년 이상 지속돼 온 인권보호 장치이므로 꼭 유지돼야 한다”며 “(다만) 검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 12조 3항, 16조 등에서 영장청구 주체로 명시한 ‘검사’ 부분을 뺐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그대로이며 헌법에 넣을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같은 개헌안이 국회의 검찰개혁을 이끄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회 몫”이라며 “헌법에 검사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그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데, 삭제되게 되면 논의는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 등에 대해서는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공수처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 도입 과정에서 3권 분립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있다”고 한 것보다 진전된 반응이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수처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공수처 논의는 막혀있다.
검경수사권조정도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현재 (검경의) 수직적 지휘관계를 수평적인 사법통제 모델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향후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과 인력은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최소 필요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치경찰제의 전면 시행을 주장하며, 이 경우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일선 경찰서 단위 사건을 모두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민생범죄는 주민의 민주적인 통제 하에 자치경찰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신규 경찰을 충원하는 제도다.
문 총장은 검사의 사법통제는 “송치 이후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경찰이 수행하게 될 범죄수사는 사법통제가 유지돼야 한다”며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데 따라 검찰의 조직과 기능도 변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검찰 내부에서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법조비리수사단’ 설치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