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주의 ‘퍼스트레이디 외교’… 정상국가 면모 부각시키려는 北

입력 2018-03-29 07:1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편 배경막 앞)과 부인 이설주가 27일 베이징 중관촌에 있는 중국과학원에서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수중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부인 이설주도 ‘퍼스트레이디’로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이설주는 김 위원장의 25∼28일 방중 행사 전반에 동행했다.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중국 CCTV가 28일 공개한 영상에는 베이지색 치마정장 차림의 이설주가 김 위원장,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함됐다. 이설주가 펑 여사의 카운터파트로 부부동반 외교에 나섰음을 드러낸 것이다. 영상에서 이설주는 정장과 같은 색깔의 하이힐을 신어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북한은 2월 8일 군 창건일 기념 열병식 때 이설주를 ‘동지’에서 처음으로 ‘여사’로 호칭했다. 이번 방중 관련 보도에서도 북한 매체들은 이설주에게 여사 호칭을 쓰며 여러 차례 언급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이나 외교 행사에서 이처럼 부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설주는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과 함께한 만찬에도 참석했다. 당시 옅은 분홍색 정장을 입고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이설주는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만찬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끄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퍼스트레이디 역할이 강조된 이번 방중에서는 튀지 않고 깔끔한 차림을 택해 외교적 상황까지 고려해 옷차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과 이설주의 중국 방문에는 2인자 자리를 굳힌 최룡해를 비롯한 북한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최룡해는 지난해 10월 당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되며 인사권, 검열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최룡해는 군 총정치국장이던 2013년 5월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시 주석과 면담했다.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는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이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이수용은 김 위원장이 청소년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했을 때 후견인 역할을 맡았던 측근이다. 그는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예방해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외무성에서 핵·군축 분야를 전담하며 대미 협상에 참여했던 이용호는 2016년 5월 이수용 후임으로 외무상에 임명됐다.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남측을 방문했고, 김 위원장의 대북특사단 면담에 배석하기도 했다.

수행단에는 이밖에도 김 위원장 어록을 관리해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중국통인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조선중앙통신사 사장 출신인 김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노용택 김경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