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22)와 여자친구 B씨(19)는 1년6개월 동안 교제 끝에 결혼식 없이 지난해 4월 14일 혼인신고를 했다. B씨의 생일이 4월 12일인데 B씨가 만 19세가 되자마자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민법상 만 19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도 혼인이 가능하다. 이들은 열흘 후인 4월 24일 인천공항에서 1억5000만원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A씨는 다음 날 호텔에서 미리 준비한 니코틴 원액을 주사로 투입해 B씨를 숨지게 했다.
당시 A씨는 현지 경찰에 아내가 니코틴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신고했다. 부검 결과 B씨의 몸에서는 3.12㎎/ℓ의 니코틴 성분이 검출됐고 일본 경찰은 A씨의 신고 내용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A씨는 유족과 상의해 시신을 일본 현지에서 화장해 장례 절차까지 모두 끝냈다. 유족은 시신을 국내로 옮겨오는 비용 등을 감안, 현지 장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보험사의 의심이 해결의 단초가 됐다. A씨는 범행 이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신혼여행에서 B씨가 자살했다는 A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경찰에 연락했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끈질긴 추궁을 통해 A씨의 범죄를 밝혀냈다. A씨는 서적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수법을 숙지했고, 자신의 일기장에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니코틴 살해 계획 등을 적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터폴과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일본에서 부검 자료를 받아 B씨의 사인이 ‘니코틴 중독사’임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결과 니코틴 원액은 학교 동창생이었던 C씨(22·여)의 도움으로 해외 불법사이트를 통해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이를 활용해 C씨를 살해하려고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2016년 12월 20일 C씨와 함께 오사카에 간 A씨는 C씨에게 니코틴 원액이 든 음료를 권했지만 C씨는 음료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며 더 마시지 않아 목숨을 구했다.
세종경찰서는 28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경찰에 “아내가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도와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세종=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