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8강’ 정현, 총알 탄 서브 장착한 거인을 넘어라

입력 2018-03-28 20:38
AP뉴시스

‘테니스 왕자’ 정현(22·세계랭킹 23위)이 시즌 6개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며 월드 클래스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선수 최초의 랭킹 20위 내 진입도 눈앞에 뒀다. 다음으로 넘어야할 산은 최고 시속 253㎞의 총알 탄 서브를 장착한 존 이스너(33·미국)다.

정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이애미 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주앙 소자를 2대 0(6-4 6-3)으로 완파했다.

정현은 29일 8강전에서 208㎝의 ‘거인’ 이스너와 맞붙는다. 아직까지는 이스너가 한수 위의 실력을 갖춘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너는 세계랭킹 17위로 정현보다 높고, 한때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던 선수다. 투어 통산 12회 우승을 달성했다.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에서 꽂는 강서브가 주무기다.

정현은 이스너와의 역대 세 차례 맞대결에서 1승 2패로 열세를 보였다. 2016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US 챔피언십 클레이대회와 지난해 US 오픈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상승세를 탄 정현이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1월 정현은 ASB 클래식 16강에서 이스너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이 승리는 6연속 8강 진출의 시발점이 됐다.

정현이 이스너의 강서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월 맞대결에서 정현은 서브 에이스 15개로 이스너(30개)에게 밀렸다. 맞대결이 아닌 올 시즌 전체 기록을 봐도 92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정현은 이스너(165개)에 한참 뒤진다.

정현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파워나 서브 스피드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서브 기술을 가다듬었다. 정현은 올 시즌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거나 라인을 따라 떨어지는 정교한 서브로 성과를 내고 있다.

정현이 이스너에 앞서는 부분은 리턴 후 득점률이다. 정현의 리턴 후 득점률은 41%로 이스너(29%)보다 우위에 있다. 1, 2번째 서브 후 정현의 득점률 역시 각각 34%, 54%로 이스너(23%, 39%)보다 높다. 이스너가 강서브와 스트로크를 앞세워 짧은 랠리로 점수를 쌓는다면, 정현은 끈질긴 리턴과 긴 랠리로 상대 실수를 유도한다.

유진선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정현이 최근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서 치는 것은 상대를 압박할 만큼 샷에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라며 정현의 승리를 예상했다.

유 위원은 “상대 서비스 때 긴 랠리를 가져가는 것도 전략이지만 3~5구 안에 속전속결로 끝내 압박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며 “그러면 상대는 서브에 집중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이 강호에게 정공법으로 강하게 밀어붙여도 통할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