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도의 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허망한 탄식이 어울리는 하루였다. 민주당이 복당을 거부한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사건 당일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이 감싼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미친개’ 논평에 대해 경찰에 사과하며 꼬리 내렸다.
◇‘정봉주 복당’ 거부한 민주당 안도
민주당은 지난 19일 정 전 의원에 대한 복당을 만장일치로 불허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후 “최고위가 만장일치로 (복당 불허를) 의결했다”며 “사실관계와 관련해 다툼이 있고 미투 운동의 기본 취지와 연관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극구 부인하던 정 전 의원은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현 지도부가 나를 외면했다”며 “지금 지도부의 인사들보다 나는 더 오래 된 민주당 당원”이라고 썼다. 민주당 일부 당원들과 정 전 의원 지지자들 역시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또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 A씨와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이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해 정 전 의원 쪽으로 균형추가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28일 사건이 벌어진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정 전 의원이 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당일 호텔에 방문한 적이 없다던 정 전 의원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피해 여성인 A씨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정 전 의원은 결국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 스스로 2011년 12월23일 오후 6시43분께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았다”며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또 정계은퇴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정 전 의원의 복당을 거절한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이 성폭력 의혹을 받아 부담인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복당을 받아준 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미친개’ 발언 장제원 감싸다 역풍
반면 한국당은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한 논평을 해 논란을 자초한 장 수석대변인을 감싸 역풍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 여론까지 등 돌리면서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경찰을 겨냥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 논평이 나오자 전·현직 경찰들이 강력 반발했다. 국민 여론도 비판적으로 흘렀다.
결국 장 수석대변인은 사과했다. 그는 28일 새벽 페이스북에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어 “나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울산경찰청장 등이 ‘정치경찰’이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미친 개’ 논평으로 지금까지 힘겹게 모은 걸 다 까먹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어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을 표적수사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정치 경찰’로 몰아세웠어야 하는데, ‘미친 개’ 논평으로 ‘한국당 대 전체 경찰’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실수를 범했다”고 자책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미친 개’ 논평으로 15만 경찰과 전직 경찰,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거의 200만명에 가까운 경찰 가족을 적으로 돌릴 뻔 했다”고 한탄했다.
사과는 했지만 아직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한국당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시민 신모씨는 경찰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장 수석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