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비밀이 28일 검찰 수사결과를 통해 일부 밝혀졌다. 요약하자면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간 뒤 침실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고, 한참 뒤인 오후 2시쯤 ‘비선 실세’ 최순실이 청와대로 온 후에야 박 전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참석이 결정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문서 조작 뿐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4월 16일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최순실이 ‘A급 보안 손님’으로 청와대 에 온 시간(오후 2시15분)을 기준으로 크게 두 시간대로 나눠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공백도 있다.
◇오전 10시~최순실 등장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57분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해경과의 연락을 통해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대통령 보고용 상황보고서(1보)를 작성했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이후 보고서 초안을 전달받은 뒤 박 전 대통령 휴대전화로 사고내용을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그러자 김 실장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세월호 상황보고 조치를 부탁했다. 김 전 실장은 위기관리센터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한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다.
결국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안 전 비서관이 관저 침실로 이동했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관저에 도착한 시점을 오전 10시20분쯤으로 파악했다. 당시 청와대가 밝힌 구조 골든타임이자 세월호 탑승자가 마지막 카톡을 보낸 시간(오전 10시17분)은 훌쩍 지나있었다. 안 전 비서관이 침실 앞에서 수차례 “대통령님”을 외친 후에야 박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비서관이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그래요?”라고 짧게 말한 뒤 다시 침실로 들어가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오전 10시22분쯤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8분 뒤인 오전 10시30분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에게도 전화했지만 원론적인 구조 지시 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에서 세월호 보고상황이 서면과 이메일을 통해 시간대별로 보고됐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는 오후와 저녁시간에 각각 한 차례씩만 전달됐다.
◇최순실 등장 후~朴 중대본 참석
최순실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왔다. 검색절차가 생략된 ‘A급 보안 손님’으로 곧장 청와대 관저로 갔다. 최순실이 관저로 온다는 걸 알고 있었던 안 전 비서관과 정호성·이재만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은 최순실 도착 전 관저에서 대기중이었다.
그동안 추가 조치 없이 관저에 머물던 박 전 대통령 일정은 최순실 방문 후 급박하게 돌아간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문고리 3인방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결과 중대본 방문이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즉시 윤전추 전 행정관을 불러 박 전 대통령의 화장과 머리손질을 담당하는 정송주 정매주 자매를 청와대로 부르라고 지시했다. 윤 전 행정관은 정매주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상황이 급하니 빨리 청와대로 오라”고 했다. 정송주 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 손질에 90분 가량 걸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에 전화해 박 전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 사실을 알렸고, 화장과 머리손질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33분쯤 마침내 관저를 떠나 오후 5시15분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중대본에 도착했다. 이미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던 그 시각,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에서도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와 같은 발언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45분 뒤인 오후 6시 청와대 관저로 복귀했고,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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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