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당일 오전 전화 안돼…안봉근이 침실로 가 불러”

입력 2018-03-28 15:53 수정 2018-03-28 17:39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고 대처가 빨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보고시간을 사후 조작했다는 의혹이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구조 골든타임’이 5분이나 지나서야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처음 전화 지시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통령 보고시간 조작 및 관련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변경 의혹과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사결과를 28일 발표하고, 김 전 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밝혀낸 세월호 당일 朴의 행적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은 오전 8시58분쯤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19분쯤 언론사 속보를 통해 처음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오전 9시24분 청와대 문자메시지 발송시스템으로 이런 사실이 공유됐다. 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57분까지 해경을 통해 선박 관련 사항과 구조 인원 수 등을 파악한 뒤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이후 상황보고서 초안을 전달받은 뒤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았다. 이후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 휴대전화로 사고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세월호 상황보고 조치를 부탁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위기관리센터로 내려가 재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또 신 전 센터장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신 전 센터장은 오전 10시12~13분 상황병에게 보고서 전달을 지시했다. 보고서는 관저 경호관을 거쳐 내실 담당자에게 전달됐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 담당자는 평소와 같이 별도의 구두전달 없이 대통령 침실 앞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뒀다”고 설명했다.

안 전 비서관은 김 전 실장 전화를 받은 후 오전 10시20분쯤 박 전 대통령 관저로 들어갔다. 안 전 비서관이 침실 앞에서 수차례 대통령을 부르자 박 전 대통령은 그제서야 침실 밖으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후 침실로 들어가 오전 10시22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게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은 지난 뒤였다. 검찰은 “세월호는 이 때 108도로 전도돼 구조불능상태였기 때문에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골든타임’이라는 구조 마지막 시간을 오전 10시17분으로 봤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초 전화 지시는 골든타임을 5분이나 넘긴 뒤였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청와대의 거짓말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변호인단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4월 16일 공식 일정이 없었고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아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며 “평소처럼 집무실에서 그간 밀렸던 각종 보고서를 검토했고, 이메일이나 팩스 인편으로 전달된 보고를 받거나 전화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관련 최초보고를 준비할 때까지 전화 연결이 끊겨 있었다. 위기관리센터 상황병이 보고서 전달을 지시받고 관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19분쯤. 이미 골든타임 상한선인 오전 10시17분이 지난 시점까지도 대통령이 참사가 일어났는지조차 까맣게 몰랐던 셈이다.안 전 비서관 등이 직접 관저로 찾아가 수차례 대통령을 부른 후에야 침실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 지시 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총괄했다고 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것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당일 국가안보실에서는 오전 10시40분과 오전 11시20분쯤 상황보고서 2보와 3보 등 사고 상황을 관저로 전달했다. 정무수석실에서도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1시7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6차례,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10시9분까지 2~3시간 간격으로 5차례 등 총 11차례에 걸쳐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 상황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를 즉시 전달하지 않았고, 오후와 저녁시간에 각각 한번씩만 취합보고서를 전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초 상황보고서를 읽은 시점이 오전 10시19~20분 이후라는 점을 알면서도 김규현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과 신 센터장이 사후 세월호 보고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해외 도피중인 김 전 1차장을 지명수배하고 현역 군인인 신 센터장은 군검찰로 이송했다.

김장수 전 실장에게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22분 김 전 실장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구조 지시를 내렸지만 김 전 실장은 오전 10시15분으로 시간을 앞당겨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처럼 문서를 꾸미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다만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수사의뢰한 것처럼 세월호 최초보고가 오전 9시30분에 이뤄졌는데 사후 조작을 통해 오전 10시로 30분 늦춘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당일 오전 9시57분 해경과의 핫라인을 통해 최종 정보를 입수했고, 오전 10시경 초안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