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 외교관 150명 추방…“미국서 사망한 전 러시아 공보장관도 타살돼”

입력 2018-03-28 14:29
영국에서 벌어진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한 보복조치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나선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도 잇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등은 27일(현지시간)까지 서방 20개국이 각국 주재 150명 수준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이다.
나토 주재 러시아 대표단 규모는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토 내 러시아 대표단 인력을 30명에서 2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면서 “러시아 대표단 중 7명에 대한 승인을 철회했으며,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3명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 전반의 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고위 내각회의에서 “국제사회는 단순히 영국과 연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러시아가 제기하고 있는 실질적인 위협을 감지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섰다”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그러면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쇼핑몰 화재 참사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이 이날 밝혔다.
러시아는 외교관 추방 사태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현대 유럽 국가 중 실질적인 독립 국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우리는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주도한 거대한 압력과 엄청난 협박의 결과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조만간 외교관 추방에 대한 맞대응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일간 더타임스는 28일 전직 영국 대외정보국(MI6)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의 말을 인용해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사망한 미하일 레신 전 러시아 공보장관이 러시아 친정부 신흥재벌이 고용한 폭력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레신은 푸틴의 측근으로 푸틴 1기 정부에서 공보장관을 지낸 러시아 미디어계의 거물이었으나 2009년 해임된 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MI6 모스크바 지부장을 지낸 스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유착을 시사하는 ‘트럼프 X 파일’과 레신의 사망에 대한 보고서 등을 미연방수사국(FBI)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