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면 초기에는 식욕이 줄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니코틴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체중이 불고 혈당도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담배를 끊으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흡연자들이 많다.
하지만 금연 후 체중 증가와 상관없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흡연자에 비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흡연자들의 변명은 그야말로 진짜 변명에 그칠 듯 하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2~2003년과 2004~2005년에 총 2번의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0만8242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체중 증가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더라도 계속 흡연한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67%,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금연군에서도 체중 변화에 따라 나누어 분석한 결과 금연 후 체중 증가는 심근경색 및 발생 위험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
금연 후 뒤따르는 체중 증가를 비롯해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때문에 금연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기헌 교수는 “금연 후에는 니코틴에 의한 일시적 식욕 감퇴와 기초 대사율 증가 효과가 사라지고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반면 나머지 생활습관(평소 신체활동 빈도 등)은 대체로 유지돼 금연 후 체중, 혈당 및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금연 후 체중 증가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체중 증가는 금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저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금연시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에 맞는 금연 방법을 선택해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좋다. 금연 후 증가하는 체중 때문에 다시 흡연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 맞춤형 교육 및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연 후 과도한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운동과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된데 이어 지난 2월 같은 저널의 에디토리얼(사설)로 소개됐다. 금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미국 하버드의대 리고티 교수와 스위스 로잔 의대 클레어 교수는 한국 의학자들의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