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4000원. 생전에 그가 마지막으로 쓴 돈이다. 퇴근 이후 술자리에 불려나갔다가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성 공무원 A씨는 새벽 1시 넘어 상급자 대신 술값을 계산했다. 그러나 A씨를 불러냈던 상급자들은 누구도 지금까지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A씨 사고가 공론화된 후에야 그들 가운데 1명이 유족에게 사과하러 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국민일보 3월 26일자 6면 보도).
A씨의 친언니는 26일 산림청 국민 참여마당에 ‘A의 영혼이 편안해지길 바라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원한 것은 당사자들의 도의적 사과뿐이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어느 분하고 같이 있었는지를 묻는 유족 말에 산림청분들은 ‘죽었는데 같이 있던 사람 알면 뭐하느냐’고 대답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의 애타는 심정을 무시하고 (A씨 사망 이후) 두 달여 동안 숨어있는 분들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또 “퇴근한 사람 불러내서 술 따르게 하는 게 산림청이냐. 공무원은 퇴근 후에는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늦은 밤 여자를 택시도 안 태우고 보내느냐. 당신들의 부인이라도 그냥 보냈을까”라며 “인간이라면,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A씨의 83세 노모는 사랑하는 막내딸을 떠나보내고 넋 놓은 채 울고만 있다고 한다. A씨의 큰언니는 장례식장에서 충격으로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유족의 항의에 산림청 관계자는 27일 “A씨가 참석한 자리는 사적인 모임이었다”면서 “산림청은 A씨 사망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지휘·감독하는 경우에 하급자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A씨는 2003년부터 산림청에서 일했다. 산림청은 사망 당일 새벽 1시30분까지 이어졌던 술자리가 공식 회식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순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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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6만4000원과 83세 노모의 눈물
입력 2018-03-28 10:19